윤석열 언론공범⑦ ‘처가 리스크’를 막아준 주류 언론

내린수괴 윤석열이 검찰총장, 대통령 자리까지 올라가는 동안 많은 언론이 ‘윤비어천가’를 부르며 국민의 눈과 귀를 속였다. 나라를 처참하게 망가뜨린 윤석열은 결국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고 새 정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윤석열에게 부역한 언론은 입을 씻고 표정을 바꿔, 새 정부를 향해 권력의 감시자인 양 행세하고 있다. 그렇다고 과거 행적이 그대로 묻힐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뉴스어디>는 이들이 그 시절에 쓴 기사를 알고 있다. 윤석열에 대권 가도를 열어준 언론공범의 반성과 사죄 없이 언론개혁은 없다. <윤석열 언론공범> 추적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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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언론공범① ‘윤석열대망론’은 누가 띄웠나
윤석열 언론공범② 조선과 중앙이 띄운 윤석열 ‘충청 대망론’
윤석열 언론공범③ 윤석열 지지율이 1%에서 24%가 된 이유
윤석열 언론공범④ ‘고발사주’ 몰리자 “야성이 돌아왔다” 방어막
윤석열 언론공범⑤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을 차단하다
윤석열 언론공범⑥ “시대가 원하는 관상”, “김건희는 백공작”
윤석열 언론공범⑦ ‘처가 리스크’를 막아준 주류 언론
윤석열 언론공범⑧ 윤석열 ‘막말’은 예고편, 언론이 놓친 신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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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시절 윤석열의 ‘처가 리스크’는 검찰 권력 사유화 여부 등 그를 검증할 수 있는 주요 사안이었다. 김건희 씨는 주가조작, 허위 이력, 논문 표절, 코바나컨텐츠 대가성 협찬 등 의혹을 받았다. 장모 최은순 씨 역시 잔고증명서 위조, 요양급여 편취, 양평 공흥지구 특혜, 주가조작 의혹 등에 연루됐다. 하지만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불기소로 끝나는 경우가 상당수여서 ‘검사 사위’ 영향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러나 윤석열은 “내 장모가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 준 적이 없다”,  “아내 경력·수상 실적, 전체적으론 허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등은 윤석열 해명을 그대로 제목에 달았다. 또 최은순이 결국 기소되자 ‘윤석열 찍어내기’, ‘정치적 복수’라며 윤석열이 핍박받는 듯한 프레임을 만들었다.

윤석열의 김건희 관련 해명을 제목으로 딴 조선일보 기사(2021.12.15.). 아래 기사는 김건희의 경력 논란 관련 해명을 제목에 올렸다.

조선일보, 최은순 수사가 ‘윤석열 찍어내기’라 주장

윤석열과 김건희가 결혼한 다음 해인 2013년, 장모 최은순은 300억 원대 은행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 이후 동업자와의 법적 분쟁에서 위조를 시인했지만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 촉구 진정서와 고발장도 접수됐지만 진전은 없었다. MBC <스트레이트 – 검찰총장 장모님의 수상한 소송>(2020.3.) 방영 후 9일, 위조 사실 인정 4년 만인 2020년 3월 27일에야 기소됐다. 징역 1년이 확정됐고, 11개월 만에 가석방됐다. 

조선일보는 최은순 수사가 시작된 직후부터 ‘정치적 수사’ 프레임을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 울산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 정권을 대상으로 한 수사에 보복하기 위해 윤석열 장모를 기소했다는 내용이다. 이 신문은 이런 주장을 펴기 위해 ‘한 법조인’, ‘법조계’, ‘검찰 안팎’ 따위의 익명 취재원을 내세웠다. 전형적인 수법이다.

한 법조인은 “사실상 검찰총장을 겨냥한 수사가 이렇게 신속히, 여러 곳에서 진행되는 건 의미심장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조국 사건’과 ‘청와대의 울산 선거 개입 사건’ 수사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여권의 ‘윤석열 찍어내기’가 다시 시도되는 것 같다”고 했다.

– 조선일보 <與도 문제없다던 윤석열 장모 사건, 검경 3곳서 재수사>(2020.3.19.)

법조계에서는 “총선 이후 검찰이 정권 수사를 재개할 것을 염두에 두고 윤 총장을 압박하려는 의도 같다”는 관측이 나왔다. 검찰 안팎에서는 4·15 총선으로 검찰 수사가 잠잠하지만 선거 이후 다시 본격적으로 ‘청와대의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조선일보 <檢, 윤석열 총장 장모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동업자도 재판 넘겨>(2020.3.27.)

법조계에선 이 사건 수사가 윤 총장을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4·15 총선이 끝나고 진행될 청와대 선거 개입 수사 등을 앞두고 윤 총장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 조선일보 <7년 만에 법정 서게 된 윤석열 장모>(2020.3.27.)

법조계에서는 “‘조국 수사’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보복“이란 말이 나왔다.

– 조선일보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 사문서 위조 혐의 기소>(2020.3.28.)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은 문재인 청와대가 2019년 송철호 전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이던 2019년 11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그러나 6년 뒤인 2025년 8월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없는 배후 만들어내는 언론 기술

조선일보는 윤석열 장모 최은순 씨와 소송하는 사람들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민병덕 설립 로펌 민본, ‘채널A사건’ 이어 ‘윤석열 장모사건’에도 등장>(2020.9.2.)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잔고증명서 위조 건으로 최 씨와 소송 중인 동업자의 변호인을 두고 ‘채널A 기자의 강요 미수 의혹’과 관련해 이철 전 대표와 지모 씨(채널A 사건 제보자)를 연결해준 인물이라고 썼다.

<윤석열 장모 고소·진정 낸 두 사람 모두 민주당 관련 인사>(2020.3.20)도 비슷하다. 조선일보는 최은순 수사를 촉구한 노모 씨, 그리고 다른 사건으로 최 씨와 오랜 기간 분쟁 중인 정대택 씨를 ‘민주당 관련 인사’라고 몰았다. 노 씨도 당시 장모 최 씨와 다른 사건으로 소송 중이던 인물이다. 

조선일보 <윤석열 장모 고소·진정 낸 두사람 모두 민주당 관련 인사>(2020.3.20.)

조선일보는 노 씨가 “더불어민주당 로고가 그려진 흰색 티셔츠를 입고 민주당이 주관한 것으로 보이는 행사에 참석한 사진”을, 정대택 씨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제안 플랫폼 ‘광화문 1번가’ 배지를 달고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를 두고 “여당이 윤 총장 장모 수사를 기획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하는 정황”이라고 한 익명의 법조인 발언을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사진이나 정치 활동 이력만으로 ‘배후’를 암시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정 씨는 이러한 문제 제기와 관련해 “내 누명을 벗기 위해서, 박사모(박근혜 대선후보 팬클럽)도 하고, 극우매체 <뉴스타운>에 가서 유튜브 방송도 하고, <펜앤마이크>에도 가고, <미디어워치> 변희재와도 교류했다”고 오마이뉴스(2021.8.10.)에서 밝혔다. 

조선일보가 앞장서 윤석열 장모 수사와 기소를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처럼 몰고 갔지만 최은순은 법정에서 위조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익명의 법조인 등을 내세워 최은순 수사 및 기소에 배후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보도를 반복했다.

대검의 윤석열 장모 변호 문건 나왔으나 대다수 언론 침묵

윤석열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3월, 대검찰청이 ‘윤석열 장모 의혹’에 대응하기 위한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세계일보 보도(2021.9.14, 2021.9.29.)에 따르면, 대검은 최은순이 연루된 4건의 사건 요지 등을 정리한 자료와 “‘최 씨는 무죄’라는 논리와 근거, 변호사 변론 요지 등을 종합한 이른바 ‘총장 장모 변호 문건’”을 작성했다. 윤석열 측은 “해당 문건을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세계일보 <대검 ‘윤석열 장모 변호 문건’도 만들었다>(2021.9.29.)

세계일보가 확인한 문건에는 검찰 내부망을 조회해야만 확인할 수 있는 사건 처리 경과, 최은순과 대립 관계에 있던 인물들의 별건 처벌 이력까지 표기돼있었다. 전체 구성은 최 씨를 ‘피해자’ 혹은 ‘투자자’로 묘사하며 장모 측 방어 논리를 강화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검찰의 ‘장모 대응 문건’ 작성 및 대변인 활용 사실이 드러난 직후, 한겨레를 제외한 다수 일간지는 ‘언론 자유 침해’와 포렌식 절차 논란에 초첨을 맞췄다. 

조선일보 <부당한 감찰 중지 vs 감찰 독립성 보장…김오수 권한 어디까지?>(2021.11.11.), <공수처, ‘尹장모 대응 문건’도 수사…당시 대검 대변인 “의도 의심”>(2021.11.11.) 등을 통해 ‘언론 활동 위축’ 우려를 보도했고, 중앙일보 역시 <[단독]“권순정, 尹장모 문건 보내” 하청감찰 의혹 키운 공수처>, <대검 前대변인 “대검 감찰부, 공수처 ‘입건사주’ 우려”> 등을 통해 ‘언론 자유 위축’과 공용폰 포렌식 논란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일보 <[지평선] ‘종횡무진’ 대검 감찰부>도 ‘언론 검열’ 우려를 거론했다. 경향신문은 대변인이 장모 대응 문건 활용 사실을 보도조차 하지 않다가 <대검 감찰부, ‘대변인 공용 폰’ 압수 논란…”공수처 편법 압수수색 소지”> 등의 기사에서 권 대변인의 ‘언론 침해’ 주장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이 사안을 구체적으로 짚고 비판적 논조를 유지한 매체는 한겨레가 사실상 유일했다. 한겨레는 <공수처 “권순정, ‘윤석열 장모 대응 문건’ 기자들에게 보여줘”>에서 사실 관계를 전했고, <사설/ ‘장모 문건’ 전파한 대검 대변인, ‘총장 가족 대변인’인가>에서 “검찰총장 개인과 가족을 위해 움직였다면 이는 국민이 위임한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 원칙을 허물고 검찰을 사유화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대다수 기성매체가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 포렌식 논란을 ‘언론 자유 침해’로 몰아간 것과 달리, 뉴스버스는 <[의견] 대변인 공용폰 포렌식, 언론자유와 무슨 상관인가>(2021.11.12.)에서 “검찰총장의 장모 대응은 개인적으로 해야지 조직이 나설 일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공용폰 포렌식은 “고발사주·장모 대응 문건 의혹에서 대검 대변인의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취재·검증 대상이지 언론 자유를 내세워 집단행동할 일이 아니다”라며 법조기자단의 대응을 비판했다.

대검 기자단은 대변인실 공용폰 포렌식에 항의하며 ‘언론 자유 침해’를 내세웠지만, 정작 언론 자유의 근간인 국민의 알 권리에 부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언론 자유 침해’와 ‘하청 감찰’ 지적에만 초점을 둔 보도는 조선일보 10건, 중앙·동아일보 각각 5건, 한국일보 4건, 경향 3건이었다. 유력 대선후보이자 전직 검찰총장에 대한 ‘검찰 권력 사유화’ 의혹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

고소인 조사 한 번 없이 묻힌 ‘장모 대응 문건’ 

결국 고발사주 의혹과 함께 주목받던 ‘장모 대응 문건’ 논란은 언론의 논조 전환과 ‘정쟁 프레임’ 속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이후 이 사건은 3년 8개월 뒤 <일요신문> 보도로 뒤늦게 불기소 종결 사실이 확인됐다. 담당 검사는 네 차례 교체됐지만 고소인 조사는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윤석열 처가 일가를 둘러싼 의혹은 잔고증명서 위조, 정대택 사건, 장모 대응 문건 등 개별 사건으로 흩어져 보이지만, 공통분모는 분명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반복된 특혜 의혹, 그리고 이를 두고 언론이 선택한 설명 방식이다. 주요 언론은 장모 기소 지연과 위조 시인 경위, 모해위증 가능성, 검찰의 조직적 대응 여부보다 ‘정치 보복’, ‘기획 수사’, ‘언론 자유 침해’ 같은 프레임을 앞세웠다.

‘처가 리스크’는 애초 윤석열이 검찰 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했는지 검증할 시험대였다. 그러나 언론은 대선후보 검증이라는 문제를 푸는 대신, 누가 시험 문제를 냈는지, 출제 의도가 무엇인지에만 매달리다 낙제했다. 그 사이 장모 대응 문건을 포함한 여러 사건은 조용히 종결됐고, 시민들은 권력 남용과 내란을 마주하게 됐다.

취재: 박채린 (rin@newswhere.org)
카피 에디터: 조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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