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린수괴 윤석열이 검찰총장, 대통령 자리까지 올라가는 동안 많은 언론이 ‘윤비어천가’를 부르며 국민의 눈과 귀를 속였다. 나라를 처참하게 망가뜨린 윤석열은 결국 구치소에 갇혔다. 그 사이 정권이 교체됐고, 대다수 국민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열망했다. 하지만 윤석열에게 부역한 언론은 입을 씻고 표정을 바꿔, 권력의 감시자인 양 행세하고 있다. 그렇다고 과거 행적이 그대로 묻힐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뉴스어디>는 이들이 그 시절에 쓴 기사를 알고 있다. 윤석열에 대권 가도를 열어준 언론공범의 반성과 사죄 없이 언론개혁은 없다. <윤석열 언론공범> 추적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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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언론공범① ‘윤석열대망론’은 누가 띄웠나
윤석열 언론공범② 조선과 중앙이 띄운 윤석열 ‘충청 대망론’
윤석열 언론공범③ 윤석열 지지율이 1%에서 24%가 된 이유
윤석열 언론공범④ ‘고발사주’ 몰리자 “야성이 돌아왔다” 방어막
윤석열 언론공범⑤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을 차단하다
윤석열 언론공범⑥ “시대가 원하는 관상”, “김건희는 백공작”
윤석열 언론공범⑦ ‘처가 리스크’를 막아준 주류 언론
윤석열 언론공범⑧ 윤석열 ‘막말’은 예고편, 언론이 놓친 신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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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김건희를 둘러싼 무속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여러 특검에서 무속인 관련 부분을 수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윤석열이 손바닥에 ‘王(왕)’ 자를 적고 나온 데 이어, 선거캠프 네트워크 본부에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고문으로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며 윤-김 무속 논란이 본격 시작됐다.
이후 ‘건진법사’의 청탁 의혹과 김건희 씨가 관상가 백재권 씨와 13차례, 4시간 넘게 통화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났다. 관저 이전 개입 의혹을 받은 무속인 천공도 김건희 특검 수사 대상이다. 불법 계엄의 숨은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도 ‘안산보살’이라는 이름으로 무속인 행세를 했다. 무속은 윤석열 정권의 의사결정 과정에 반복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듯 윤–김을 매개로 한 무속인들이 끊임없이 공적 영역에 등장했지만, 유력 언론을 자처하는 매체들은 되레 대선후보와 무속인의 연결고리가 됐다. 관저 이전에 개입한 관상가를 “학자”라며 권위를 부여하는 등 본질을 흐리기도 했다. 결국 ‘무속 정권’이라는 오명 속에 윤–김은 재판대에 섰다. 뉴스어디는 윤-김의 무속 논란이 발생한 윤석열 대선 당선 전후 주요 매체의 보도 행태를 추적했다.
중앙일보, 윤석열 출마 임박 시점…“조부 묘소 뒷산 어좌사 형태”
윤석열의 대선 출마를 23일 앞둔 2021년 6월 6일 중앙일보는 <윤석열 조상 묘에 꽂힌 식칼…“풍수 모르는 아마추어 소행”>(2021.6.6.)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윤석열의 조부 묘소가 훼손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관상가 백재권 씨와 전화 인터뷰로 윤석열의 대권 가도에 미칠 영향을 ‘점쳤다’.

관상가 백 씨는 중앙일보의 ‘동물 관상’ 칼럼을 연재해온 인물이다. 2018년 윤석열이 중앙지검장이던 시절 중앙일보·JTBC 사주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의 술자리에 홍 회장이 대동한 익명의 ‘역술인’으로 뉴스타파 보도(2020.8.19.)에 등장한 바 있다. 윤석열-홍석현 술자리에 동석하기 전 백 씨는 중앙일보 칼럼 <[백재권의 관상·풍수 이야기⑮]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공포의 악어’ 관상>(2017.6.3.)에서 윤석열에 대해 “공포의 악어상”, “독불장군”이라 표현하며 부정적인 관상 평을 남겼다. 하지만 윤석열-홍석현 술자리에 동석한 이후인 2019년에는 전혀 다른 관상 평을 내놨다. 그것도 중앙일보의 같은 코너에서다. 백 씨는 <[백재권의 관상·풍수99] ‘악어相’ 윤석열, 검찰총장 될 것인가>(2019.6.14.)에서 “흔들림 없고 우직한 ‘악어상’”, “시대가 원하는 관상”, “합리적인 사고” 등으로 긍정 평가를 했다. 2년만에 윤석열의 관상이 바뀌기라도 한 듯.

백 씨는 윤석열 조상 묘 훼손 의혹이 불거지자, <윤석열 조상 묘에 꽂힌 식칼…“풍수 모르는 아마추어 소행”>(2021.6.6.) 기사에서 윤석열의 대권 운을 점쳤다.
백 교수는 “봉분에 인분을 뿌리거나 머리카락·부적 등을 묘지 주변에 묻는 식으로 훼손해봐야 명당의 기운(氣運)을 받는 후손에게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봉분에 칼을 꽂는다고 해서 묘지 터가 품고 있는 정기가 훼손되거나 피해가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조상 묘 뒷산이 어좌사(왕이 앉는 의자) 형태라며, ‘악어상’ 윤석열의 대권 행보에 “성공 기운”을 준다고 했다.
그는 “악어상은 권력은 강하나 ‘귀함’이나 명예가 없어 무조건 고위직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런 관상의 단점을 보완하는 게 윤 전 총장 조상 묘”라고 했다. 백 교수는 “조상 묘의 뒤편 장군봉이 주산(主山)인데, 이 산이 ‘어좌사(御座砂)’형태를 하고 있다. 어좌사는 팔걸이가 있는 의자 모양의 산을 말하며, 이런 형태를 지닌 산은 출세·성공 등의 기운이 후손에게 작용한다”고 했다.
백 교수는 “윤 전 총장의 관상과 조상 묘의 이런 풍수지리적 형국으로 미루어 볼 때 대권 주자로 나서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확인되지 않은 ‘묘 훼손’을 정치적 상징으로
중앙일보 <‘식칼 테러’ 조부 묘 찾아간 윤석열 “충청의 피 자랑스럽다”[영상]>(2021.08.30.)라는 제목의 콘텐츠는 “‘식칼 테러’ 조부 묘”로 ‘충청 대망론’을 띄웠다. 경선 후보 등록 후 첫 일정으로 “‘식칼 테러’ 조부 묘”를 찾은 윤석열을 기사화하며 “조국 사건 등 정권 비리 사건을 수사하며 핍박을 이겨내고 국민의 부름을 받은 게 충청의 피를 타고난 것 때문”이라는 윤석열 발언을 부각했다.

이에 앞서 중앙일보가 보도한 <식칼 테러 전엔 쇠말뚝 테러 있었다, 尹도 당한 ‘조상묘 수난사’ [영상]>(2021.05.21.)는 전형적인 ‘조상 묘 훼손’ 확대·재생산 기사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일부 조상 묘가 훼손된 것이 알려지면서 과거 정치인 등 유명인의 조상 묘 훼손 사건이 관심을 끌고 있다”며 이순신 장군 묘소에 쇠말뚝이 박혀있던 사례까지 끌어왔다.
그러나 정작 윤석열 조부 묘가 실제로 훼손됐는지는 불분명하다. 노컷뉴스, 뉴스1 등에 따르면 세종경찰서는 묘지 훼손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기사 내용과 달리 “언론에서 문의가 있어 지난 17일과 18일 묘소에 나간 적은 있지만 현장에서 테러 행위와 연결할 만한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중앙일보뿐 아니라 조선일보도 ‘식칼 테러’, ‘풍수 테러’, ‘인분 테러’ 등 자극적 표현을 동원해 의혹을 부풀렸다. 조선 <윤석열 조부 묘소에 식칼과 부적, 인분을… ‘풍수 테러’ 내사>, <[만물상] 정치인 ‘풍수 테러’>, 중앙 <‘윤석열 가족묘’ 식칼 테러 논란 공원묘원 “단순 손상”> 등이 그 예다.
김건희와 흰 공작새 이미지 나란히 배치해 상징 조작
‘이순신’과 ‘충청 대망론’까지 엮어 윤석열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중앙은, 윤석열 당선 이후 <“尹 부족한 관상 보완해준다”…명당 입증받은 조상묘 어디>(2022.5.21.) 기사에서 “묘소 훼손 여부가 불분명하고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어 수사는 중단했다”는 경찰 입장을 보도하면서도, 묘 훼손 의혹을 재소환해 “대통령 당선으로 결국 조상 묫자리가 명당으로 입증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며 관상, 묫자리, 명당 등의 무속적 내용을 기사화했다.
김건희 씨에 대해서도 “귀한 대접을 받을 ‘백공작상’이라서 남편인 윤 대통령도 승승장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백 씨 발언을 보도했다. 그러면서 김건희와 흰 공작새 이미지를 실었다.

중앙일보 ‘동물 관상’ 칼럼니스트, 윤석열 권력 무대에 등장
윤석열이 대선후보가 된 직후 공적 의사결정 과정에 무속인이 공식 등장했다. 선거대책본부에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고문으로 있었고, 대선 직후인 2022년 3월경 관상가 겸 풍수가 백재권 씨가 관저 후보지로 거론된 서울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둘러본 사실이 드러났다. 애초 무속인 ‘천공’이 한남동 공관과 육군 서울사무소에 방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경찰이 CCTV 분석 결과 천공의 출입은 없고, 백 씨 방문만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후 경찰은 백 씨가 군사시설을 침범할 목적이 없었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MBC는 2023년 7월~9월 사이 김건희 씨가 백 씨와 가장 긴 시간(13차례, 약 4시간 30분) 통화했다고 보도했다. 백 씨의 실제 관여 정도에 의문이 커지는 대목이다.

당초 이 의혹은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이 온라인 매체 스픽스(2022.12.4.)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2022.12.5.)에서 익명의 출처를 인용하며 처음 제기했다. 두 달 뒤 뉴스토마토(2023.2.2.), 한국일보(2023.2.2.)가 부승찬 당시 국방부 대변인이 이 주장의 출처라는 점을 확인하자, 다른 기성 매체도 뒤따라 보도했다. 두 매체는 부 당시 대변인이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을 통해 들은 이야기”라며 군 내부 보고까지 이뤄졌다고 한 주장을 보도했다.

이 보도 직후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 부 전 대변인, 뉴스토마토, 한국일보를 고발했고,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2023년 4월 중간 발표에서 “천공 출입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고, 7월 최종 결과 발표에서 “백재권 씨가 공관에 방문했다”고 결론을 냈다.
김 전 의원 측은 2023년 8월 29일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에 출연해 “육군참모총장 공관 CCTV 4테라바이트 영화 2천 편 분량을 봤는데 거기에 화질이 안 좋아서 식별을 못하는 게 있었다. 중간 중간에 빠진 부분이 있었다고 서울경찰청에서 인정한 부분이다”, “서울사무소 CCTV도 (서울경찰청에) 물어봤어요. 거기는 CCTV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천공 방문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조선・중앙, 무속인 관저 관여 의혹 ‘가짜뉴스’로 몰아
천공 출입이 확인되지 않자, 조선일보는 의혹 자체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거나, 백 씨의 방문이 문제될 사안이 아니라는 방향으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경찰 발표 직후 조선일보는 “이재명 부부도 백 씨를 만났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첫 보도 <“관저 부지 둘러본 이는 천공 아닌 풍수전문가 백재권 교수”>(2023.7.21.)는 백 씨가 윤석열 부부뿐 아니라, 이재명 부부도 만났다고 했고, 이어진 기사 <與 “풍수권위자 白교수 이재명·김정숙도 만났는데…野 억지 무속 프레임 멈추라”>(2023.7.22.)는 문재인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정숙 씨도 백 씨를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 즉, ‘백재권은 특정 정치인만 만난 무속인이 아니다’라는 인상을 주며, 윤석열 부부와의 관계를 희석하는 프레임을 형성한 셈이다.

백 씨의 월간조선 인터뷰(2022.2.16.)에는 이재명 부부를 만난 사실이 언급돼 있으나, 관상 이야기에 그쳤고, 공적 사안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또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 배우자 김정숙 씨와 찍은 사진을 공개했는데, 당시 후보 이름이 적힌 어깨띠를 두른 걸로 보아, 선거운동 중 만난 것으로 보인다. 문제될 만한 대화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사설] 노골적인 방송 사유화, 음모 장사꾼 김어준의 퇴장>(2022.12.13.)에서 방송인 김어준 씨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하차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김씨가 벌인 일들은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라며, 그 이유 중 하나로 김종대 전 의원과 ‘천공 관저 개입설’ 인터뷰를 들며, 의혹 제기자를 인터뷰한 언론인을 ‘음모 장사꾼’ 프레임에 포함시켰다.
천공 아닌 백 씨 등장에 “석학”, “전문가”로 포장
백 씨 권위를 높이는 방식의 보도도 이어졌다. 중앙일보는 <[단독] “관저 부지 본 이는 천공 아닌 풍수전문가 백재권 교수”>(2023.7.21.)에서 백 씨를 “백 교수는 풍수지리학 석·박사이자 교육학 박사 과정을 수료한 해당 분야 전문가”라고 소개하며 “풍수지리 관련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 씨는 중앙일보에 동물 얼굴과 정치인 얼굴을 비유하는 ‘동물 관상’ 칼럼을 100회 가까이 연재했는데도,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과학적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동물 관상’을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의심이 든다.
동아일보도 <“대통령 관저 부지 본 사람 천공 아냐 풍수지리 석학 백재권 교수”>(2023.7.21.)에서 “국내 언론 매체에 풍수, 관상과 관련한 글을 기고하는 것은 물론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과 인터뷰를 하기도 한 이 분야 석학”이라며 문제 제기보다 전문성 있다는 점을 애써 강조했다. 백 씨는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의 관상을 이야기했다고 몇몇 매체에 언급한 있으나,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에서 백 씨 이름이나 관상 등의 키워드로 검색했지만 관련 인터뷰는 확인되지 않았다. 여성경제신문 블로그에는 백재권 씨가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 김 위원장은 “독 있는 ‘복어상’과 ‘사자상’을 함께 지닌 관상”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른바 ‘점술 보도’와 ‘가짜뉴스’ 몰이, 관상가 전문성 포장 기사가 이어지며 보도의 초점은 윤석열 정권에 무속 개입 여부와 영향력을 따져 묻는 일에서 멀어졌다. 주류 기득권 매체는 윤-김 정권의 무속 행태를 검증하기보다는 무속에 의존한 그들의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취재: 박채린 (rin@newswhere.org)
카피 에디터: 조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