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찬방송 대해부]⑤ 협찬방송 ‘무법 10년’…국회 토론 한 번, 업계 반대는 반복

[편집자주] ‘협찬방송’은 종편이나 지상파의 주요 돈줄이다. ‘건강정보’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홍보하고 돈을 받는다. 미디어 감시 전문매체 뉴스어디는 2022년부터 2026년 5월까지 4년 5개월치 건강정보 프로그램 협찬 내역을 전수조사해 3만 건 이상의 협찬 방송을 확인했다. ‘알부민’ 등 협찬상품 효능을 어떻게 부풀리고 시청자를 기만했는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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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대국민 사기’ 먹는 알부민 1년 내내 홍보
② 건강 프로 한 편에 1억4000만 원… ‘협찬 단가표’ 보니
③“홈쇼핑 먼저 잡고 방송 찾는다”…연계편성의 비밀
④ 딱 걸렸는데도 계속됐다…협찬방송 ‘무법 10년’
⑤ 협찬방송 ‘무법 10년’…국회 토론 한 번, 업계 반대는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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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와 종편의 건강정보 프로그램은 특정 식품이 건강에 좋다고 소개하고, 비슷한 시간대 홈쇼핑 방송은 해당 식품을 판매한다. 건강정보 제공을 가장한 TV 협찬방송과 홈쇼핑 방송이 맞물려 시청자를 구매로 이끄는 구조다. 2015년 MBN 사례로 문제가 드러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이런 연계편성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뉴스어디는 [협찬방송 대해부] 시리즈 1~3편에서 건강정보 프로그램이 어떻게 시청자를 기만하는지 분석했다. 이번 5편에서는 이 문제가 왜 10년 넘도록 해결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추적한다. 4편에서 방송법 주무기관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의 ‘규제 공백’을 다뤘다면, 이번 5편에서는 법안을 반복 발의하고도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한 국회를 들여다본다.

뉴스어디는 2015년 이후 발의된 협찬방송과 연계편성 관련 방송법 개정안 14건과 관련 검토 보고서 및 회의록 등을 분석했다. 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현재 계류 중인 협찬방송과 연계편성 관련 법안에 대해서도 물었다.

방미통위는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국회 토론은 한 차례, 업계 반대는 반복 기록


4편에서 본 대로 방미통위가 간접 규제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동안 국회도 입법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관련 법안은 반복해서 발의됐지만 실질 심사로 이어지지 않았으며,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을 제외하면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시청자 보호를 위한 의원 토론은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방송사와 관련 협회가 규제에 반대하는 의견은 검토보고서에 구체적으로 기록됐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협찬 또는 연계편성을 직접 규율하는 의안은 총 14건이 발의됐다. 이 가운데 11건이 임기 만료 폐기됐고, 3건은 현재 과방위에 계류돼 있다. 뉴스어디가 관련 상임위원회와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의원들이 협찬 규제의 필요성과 쟁점을 놓고 실질적으로 토론한 기록은 2015년 11월 10일 법안심사소위원회 한 차례뿐이었다.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최민희 의원은 방미통위 전신인 방통위가 협찬을 엄격히 규제하겠다는 약속과 반대로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우상호 의원도 협찬을 통해 자본이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당시 논의된 협찬 관련 개정안들은 법안소위원회에서 의결되지 못했고,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이후 의원들이 협찬 규제의 필요성과 구체적 조항을 두고 토론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는다.

“편성 자유 침해” “협찬 수입 위축”,  종편 4사 협회 6곳 의견 21차례 

의원 토론은 사라졌지만 방송 관련 협회의 반대와 수정 의견은 검토보고서에 반복해서 실렸다. 이해관계자 의견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의원안 검토보고서는 확인된 것만 최소 네 건이다. 2019년 김정훈 의원안, 2023년 박완주 의원안, 2024년 이정헌・최민희 의원안, 2026년 김재원 의원안 검토보고서다.

협회 중에서는 방송협회와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의견이 각각 세 검토보고서에 실렸다. 방송협회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가 회원사로 있다. 한국TV홈쇼핑협회는 두 건의 보고서, 한국데이터홈쇼핑협회와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는 각각 한 보고서에 의견을 냈다. 협회 의견이 보고서에 등장한 횟수는 모두 13차례다.

종편 가운데는 TV조선 의견이 보고서 세 건, JTBC와 채널A 의견이 각각 보고서 두 건에, MBN 의견이 보고서 하나에 실렸다. 모두 8차례다. 협회와 종편 의견을 합하면 21차례다. 반면 이 네 개 검토보고서에 시청자나 소비자 관련 단체 의견이 실린 경우는 없었다.

업계가 규제에 반대하거나 신중론을 펴면서 제시한 논리는 크게 다섯 가지다. ∆현행법으로 충분하다 ∆법률 규제는 편성과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 ∆종편과 홈쇼핑만 규제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홈쇼핑사는 다른 방송사의 편성 내용을 사전에 파악할 수 없다 ∆협찬시장과 방송프로그램 제작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MBN과 채널A, 한국TV홈쇼핑협회·한국데이터홈쇼핑협회는 홈쇼핑사가 다른 방송사의 편성이나 협찬 계약을 사전에 알 수 없다며, 통제할 수 없는 행위에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는 규제가 중소기업의 판로와 매출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JTBC는 법안에 따라 의견이 달랐다. 2019년에는 연계편성 규제 취지에 동의하면서 지상파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2024년 별도의 협찬 규제안에는 현행법으로 충분하고 방송산업 침체를 심화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정부안보다 규율 범위 좁힌 법안에도 방통위 “신중 검토”

방미통위도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이유로 신중론을 폈다. 방통위는 2020년 협찬의 정의와 금지 대상, 부당행위 금지, 의무적 협찬고지 등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통과되지 않았다. 

2023년 박완주 의원안에는 정부안에 있던 의무적 협찬 고지와 협찬 금지, 부당행위 금지 조항이 빠졌다. 정부안은 협찬 관련 자료를 최대 5년까지 보관하게 하며 제출 요청에 따르지 않거나 자료 보관 의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지만, 박완주 안은 보관 의무와 미보관 과태료 조항도 제외했다. 그런데도 방통위는 이해관계자 의견을 더 수렴해야 한다며 ‘신중 검토’ 의견을 냈다.

2024년 발의된 이정헌 의원안은 정부안 주요 조항을 그대로 가져오고, 2015년 방통위가 법률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던 광고 효과 금지 조항을 추가했다. 하지만 당시 방통위는 “협찬 규제 개선에 앞서 방송 광고 규제 완화가 선행될 필요”를 주장하고 나섰다. 2015년 법안의 검토보고서와 2020년 정부안에서 밝힌 주장과는 엇갈리는 입장이다.

법안소위 의원 10명 중 9명 무응답… 한준호 의원실만 “국정감사 때 다뤄보겠다”

22대 국회 후반기에도 협찬ᐧ연계편성 관련 방송법 개정안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8월 19일 과방위 전체회의는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토론회를 주최한 것과 관련한 공방 때문에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고 산회했다. 과방위는 9월 8일 회의를 재개했지만, 뉴스어디가 확인한 시점까지 협찬방송과 연계편성 관련 법안은 방송법 개정 논의를 맡게 될 법안심사2소위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뉴스어디는 법안심사2소위 소속 의원 10명에게 협찬고지와 연계편성 규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9개 의원실은 답하지 않았다.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실만 관련 자료와 방미통위·방송사 입장을 추가로 확인한 뒤 국정감사에서 다루겠다고 답했다. 다만 한준호 의원실은 규제 강화나 계류 법안에 대한 찬반 의견은 밝히지 않았다.

취재: 박채린 (rin@newswhere.org)
카피 에디터: 조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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