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찬방송 대해부]④ 딱 걸렸는데도 계속됐다…협찬방송 ‘무법 10년’

[편집자주] ‘협찬방송’은 종편이나 지상파의 주요 돈줄이다. ‘건강정보’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홍보하고 돈을 받는다. 미디어 감시 전문매체 뉴스어디는 2022년부터 2026년 5월까지 4년 5개월치 건강정보 프로그램 협찬 내역을 전수조사해 3만 건 이상의 협찬 방송을 확인했다. ‘알부민’ 등 협찬상품 효능을 어떻게 부풀리고 시청자를 기만했는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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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대국민 사기’ 먹는 알부민 1년 내내 홍보
② 건강 프로 한 편에 1억4000만 원… ‘협찬 단가표’ 보니
③“홈쇼핑 먼저 잡고 방송 찾는다”…연계편성의 비밀
④ 딱 걸렸는데도 계속됐다…협찬방송 ‘무법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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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채널 MBN이 협찬 방송을 내보내기 위해 기존에 잡혀있던 최소 4개 프로그램 편성을 갑자기 취소하고, 일부 프로그램은 방송 시간을 바꾸는 일이 있었다. 방송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이 사건은 지난 2014년 12월에서 2015년 2월 사이에 벌어졌다. 

MBN 방송광고판매대행사인 MBN미디어렙 영업팀 메모로 드러난 이 사건의 배경에는 협찬 계약이 있었다. ‘백수오’ 등 협찬 상품 방송을 내보내고, 연계된 홈쇼핑 방송에 시간을 맞추려고 프로그램 편성을 취소하거나 변경한 것이 들통났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편성에 영향을 미친 MBN미디어렙에 과징금 2억 4000만 원을 부과했다.

방통위에서 엠비엔미디어렙에 대해 2억 4천만 원 과징금을 부과한 내용이 담긴 문서.
MBN미디어렙에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방송통신의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보도자료 (2015.9.16.)

당시 방통위는 “유사한 법 위반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 감시를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도 연계편성은 줄지 않았고, 최근 4년 사이 편성 횟수는 오히려 늘었다.

홈쇼핑 연계 방송 4년 만에 70% 증가

방미통위가 매년 한 달 동안 모니터링해 내놓는 ‘지상파·종편PP-홈쇼핑 간 연계편성 현황 점검 결과’를 보면, 건강정보 프로그램과 재방송, 이에 연계된 홈쇼핑 방송 횟수는 증가 추세다. 2021년 3월에 45개였던 홈쇼핑 연계 건강정보 프로그램은 2025년 7월 80개로 늘었다. 여기 붙은 홈쇼핑 연계 방송은 756회에서 1285회로  4년 만에 70% 증가했다. 

두 사람이 테이블에 앉아 대화하고 있는 모습. 한 사람은 빨간색과 흰색의 옷을 입고 있고, 다른 사람은 노란색 스웨터를 입고 있습니다. 배경에는 주방이 보입니다.
MBN <다큐M>에서 재방송한 ‘백수오의 재발견’. 2013년 SBS가 제작·방송한 프로그램으로, MBN미디어렙이 내츄럴엔도텍과 협찬 계약을 체결한 뒤 MBN에서 재편성했다. MBN 송출본을 확보하지 못해 SBS 공식 공개 영상을 사용했다. (출처: 유튜브 채널 SBS STORY )

뉴스어디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를 상대로 행정심판청구 등을 통해 확보한 ‘홈쇼핑 연계편성 현황 점검 결과보고’ 등을 토대로 MBN 사건 이후 10년간의 협찬방송과 연계 편성 실태를 추적했다.

“공표하겠다”던 연계편성 자료, 방미통위는 왜 법까지 어기며 숨겼나


방미통위는 2021년 “지상파·종편PP와 홈쇼핑채널 간 연계편성 정기 실태 점검 시 사업자 간 연계편성 및 판매상품 현황 등 공표 추진” 계획을 세웠다. 연계편성과 협찬고지 위반,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 등을 조사해서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할 우려”를 들어 방송사업자 직접 규제에 반대해온 방미통위가 “사업자 자율 규제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내놓은 간접 규제의 일환이다.

연계변성과 관련된 모니터링 방식에 대한 내용이 있는 문서의 일부. 주요 내용은 연계편성과 관련된 자료 및 실태조사 권장 사항을 포함.
방송통신위원(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도 지상파·종편PP-홈쇼핑 간 연계편성 현황 점검 결과 보고> 중 ‘조치 방안’ 일부

하지만 이 계획은 지켜지지 않았다. 방미통위는 2021년과 2022년에는 점검 결과를 보도자료 형태로 요약해 공개하기는 했으나 2023년부터는 보도자료조차 내놓지 않았다. 

뉴스어디는 2025년 2월 방미통위를 상대로 점검 결과 자료를 정보공개청구했다. 그러나 방미통위는 ‘비공개’ 처분으로 대응했다. 뉴스어디는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방미통위는 ‘공개’하겠다고 결정을 바꿨다. 그러나 전자파일 형태 공개가 아니라 방문 열람만 허용했다. 


방미통위를 방문해 열람을 했다. 그러나 공무원이 옆에 앉아 사실상 감시를 했고, 사진 촬영은 금지했다. 1년치 분량이 90여 쪽인 경우도 있었다. 이를 일일이 손으로 옮겨 적어야 했다. 뉴스어디는 결국 2026년 2월 전자파일 자료를 공개하라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방미통위는 행정심판 과정에서 해당 자료는 대외 공표용이 아니며, 유통될 경우 방송사업자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황을 공표하겠다는 애초의 계획과 정면으로 배치됐다. 그러나 행정심판위원회는 방문 열람으로 제한한 처분이 정보공개법 제15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올해 5월 뉴스어디의 청구를 전부 인용재결했다. 뉴스어디가 행정심판청구를 한 지 5개월 만인 지난 7월, 5년치 해당 자료가 모두 공개됐다.


뉴스어디가 확보한 자료에는 5년간의 방송사별 건강정보 프로그램과 방송 횟수, 이에 연계된 홈쇼핑 판매방송과 상품 등이 들어 있었다. 각 연도별로 한 달씩 실시한 점검에서 연계된 건강정보 프로그램 수는 2021년부터 45개 →51개→47개→50개→80개, 해당 방송은 520회→447회→470회→532회→714회, 홈쇼핑 판매방송은 756회→754회→838회→935회→1285회로 집계됐다. 방송사·프로그램별 분석은 앞서 보도한 <[협찬방송 대해부]③ “홈쇼핑 먼저 잡고 방송 찾는다”…연계편성의 비밀>에서 다뤘다.

여기서 ‘연계편성’은 건강정보 프로그램과 홈쇼핑 판매방송이 겹치거나, 프로그램 종료 후 1시간 이내 판매된 동일 상품을 뜻한다. 집계 횟수는 해당 상품의 홈쇼핑 판매가 건강정보 프로그램과 연계된 횟수다. 연도별 1위는 2021년 유산균(215회), 2022년 단백질(163회), 2023년 유산균(159회), 2024년 레몬즙(126회), 2025년 유산균(163회)였다. 2025년에는 콘드로이친(152회)과 시클로덱스트린(127회)이 뒤를 이었다.

연계 편성 판매 상품 5년치 원문 표, 2021년 3월부터 2025년 7월까지의 판매 상품 목록과 관련 정보 포함

시청권 보호 계획 완료 ‘0’건 … 조치 사항, 향후 계획도 사라져 


해당 자료에는 방미통위가 연계편성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2021년에는 ‘조치 방안’을, 2022년에는 ‘향후 계획’을 제시한 내용도 있다. 그러나 2023년 보고서에는 이들 항목이 사라졌다. 뉴스어디는 2021년과 2022년 보고서에 담긴 조치 방안과 향후 계획 등의 대책을 방미통위가 실제 이행했는지 확인해 봤다. 또 2023년 보고서부터 이들 항목이 빠진 이유를 방미통위에 물었다. 


두 보고서가 제시한 대책 6개 가운데 5개는 협찬 사실 고지 형식 강화와 연계편성 모니터링 강화 등 시청자 보호 관련 계획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홈쇼핑 사업자가 건강기능 납품업자에게 건강정보 프로그램 협찬 등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한 납품업자 보호책이다. 

보고서와 법안 처리 및 담당자 답변 등을 확인한 결과 시청자 보호로 내건 5개 계획 모두 이행되지 않았다.

방미통위가 발표한 연계편성 대책 6개 시청자 보호 계획 이행 현황 표.

방미통위는 2021년 10월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시청자가 협찬 여부를 보다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기존 재허가·승인 조건이 요구한 수준보다 협찬 사실 고지 방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지상파·종편에는 프로그램 시작과 종료 때를 포함해 협찬 사실을 3회 이상 고지하라는 조건이 부과돼 있었다. 그러니까 협찬을 받은 프로그램은 이 조건보다 더 강화된 방식으로 해당 사실을 알린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협찬 사실 고지 형식을 강화하는 제도는 마련되지 않았다. 이행 여부를 묻자 방송광고정책과 담당자는 “앞으로 비슷한 법안이 통과된다면 그때 제도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입법 무산 책임을 방미통위에만 물을 수는 없지만, 계획 완료 여부를 기준으로 보면 미이행이다.

한편 방미통위는 이 보고서를 발표하기 약 3주 전인 2021년 9월 16일 ‘협찬 고지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프로그램 종료 때 협찬주명·상호 등을 표시할 수 있는 시간을 지상파도 유료방송과 같은 최대 45초로 늘렸고, 프로그램 예고에서 할 수 있는 협찬 고지 횟수도 2회에서 3회로 확대했다. 방미통위는 이를 ‘형식 규제 완화’라고 설명했다. 반면 3주 뒤 보고서에서 건강정보 프로그램에 협찬 사실을 반드시 알리도록 하는 고지 의무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선 규제 완화는 시행했지만, 이 강화 약속은 아직까지 이행하지 않았다. 

뉴스어디 행정심판 계기로 “올해부터 공개”

방미통위는 또 다른 간접 규제 방안으로 건강정보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지켜야 할 유의사항을 방송사 자체 제작 가이드라인에 반영하고, 이를 재허가ᐧ재승인 조건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상파와 종편의 재허가ᐧ재승인을 각각 담당하는 지상파방송정책과와 방송지원정책과에 확인한 결과 해당 조치는 조건에 반영되지 않았다. 

종편 재승인을 담당하는 방송지원정책과 담당자는 “현재까지 관련 조건이 부과된 바 없고 (…) 따로 특별히 저희한테 요청 온 사항이 없기 때문에 현재 검토하고 있는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지상파방송정책과 담당자도 현행 재허가 조건에는 가이드라인에 관한 구체적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연계편성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이행하지 못했다고 했다. 방송시장조사과 담당자는 현재 1년에 한 달분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예산 상황이 부족해서 못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담당자는 2026년에는 시범적으로 연 두 차례 이상 모니터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점검 결과 공표도 지속되지 않았다. 당시 방통위는 2021년과 2022년 점검 결과를 위원회에 보고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2023년분부터는 대외 공개하지 않았다. 담당자는 당시 방통위가 1인 또는 2인 체제로 운영돼 “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작동이 안 됐고 위원회에 보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위원회 보고를 못해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았고 결과도 내부 정책자료로만 활용했다고 말했다.


방미통위는 뉴스어디가 제기한 행정심판을 계기로 올해부터 점검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송시장조사과 사무관은 “기자님이 행정심판 주셨고 행정심판위원회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라며 “‘적극적으로 검토해보라’고 해서 올해부터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3년분부터 보고서에서 ‘조치 사항’과 ‘향후 계획’ 항목까지 사라진 것에 대해서는 “그때는 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안 됐기 때문에 내부 보고만 하고 끝나서 그렇게 보인다”며 “그런 부분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취재: 박채린 (rin@newswhere.org)
카피 에디터: 조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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