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협찬방송’은 종편이나 지상파의 주요 돈줄이다. ‘건강정보’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홍보하고 돈을 받는다. 미디어 감시 전문매체 뉴스어디는 2022년부터 2026년 5월까지 4년 5개월치 건강정보 프로그램 협찬 내역을 전수조사해 3만 건 이상의 협찬 방송을 확인했다. ‘알부민’ 등 협찬상품 효능을 어떻게 부풀리고 시청자를 기만했는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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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대국민 사기’ 먹는 알부민 1년 내내 홍보
② 건강 프로 한 편에 1억4000만 원… ‘협찬 단가표’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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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4일 JTBC <뉴스룸>은 ‘먹는 알부민’ 효능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대한간학회 이사장의 발언을 전하며 “대부분 광고에선 의학적 효능이 있는 것처럼 포장해 소비자 혼란도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맥 주사로 알부민을 직접 주입할 때는 효과가 즉시 나타나죠. 하지만 먹는 알부민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슈퍼마켓에서 계란을 사서 드시는 것이 훨씬 더 가성비가 좋습니다”
이에 앞서 조선일보는 1월 22일 알부민 광고를 두고 “‘대국민 사기’에 가깝다”는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오인석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중략) “시중 알부민 제품들이 내세우는 광고나 선전은 ‘대국민 사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식약처가 식품 알부민 기능을 호도하는 광고와 의료인에 대해 단속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SBS도 대한의사협회 발표를 전하며 “먹는 알부민, 식품에 불과…효능에 과학적 근거 없어”라고 보도했다. TV조선과 KBS, MBC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적발한 알부민 부당광고 사례를 기사화했다.
그런데 이들 매체가 보도에서 언급하지 않은 게 있다. 자사나 계열사의 각종 프로그램에서 ‘먹는 알부민’을 홍보한 사실이다. 방송사들은 알부민 과장광고를 한 홈쇼핑이나 온라인 채널 광고 사례는 보도했지만, 정작 자사의 알부민 협찬방송은 말하지 않았다.
채널A와 MBN은 ‘먹는 알부민’ 과장광고 문제를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뉴스어디는 이 시리즈 기사에서 방송사의 ‘협찬고지’ 내역에서 건강기능식품·일반식품 등 건강 관련 상품을 협찬받고 건강·의학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추려 ‘건강정보 프로그램’이라 지칭한다. 방송사가 예능으로 분류했더라도 의사·약사·한의사 등이 출연해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여기에 포함한다.
「협찬고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협찬’은 방송프로그램 제작자가 외부로부터 프로그램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경비·물품·용역·인력 또는 장소 등을 제공받는 것을 뜻한다. 뉴스어디는 방송사가 공개한 협찬고지 내역을 기준으로, 이처럼 협찬을 받아 제작한 방송을 ‘협찬방송’으로 지칭한다.
‘먹는 알부민’ 협찬방송 1위는 TV조선 328건, 채널A가 323건으로 2위
뉴스어디는 이들 방송사가 자사 프로그램을 통해 ‘먹는 알부민’을 얼마나 홍보했는지 조사했다. 2022년부터 2026년 5월까지 협찬고지 내역을 전수 확인한 결과 ‘먹는 알부민’이 처음 등장한 프로그램은 채널A <순정시대>(2024년 12월 15일)였다.
‘먹는 알부민’ 협찬방송을 가장 많이 한 방송사는 종편 TV조선으로 328건이다. 채널A는 323건, 5건 차이로 2위를 기록했다. JTBC는 243건, MBN은 194건 순이다.
지상파인 MBC는 30건, KBS는 16건, SBS에서는 최소 8건이 확인됐다. (재방송 포함, SBS는 협찬상품을 식별할 수 없는 7건 제외)

개별 프로그램 방송 건수도 살펴봤다. 알부민 협찬방송을 가장 많이 내보낸 프로그램은 채널A <아이엠닥터>로 73건이었다. 같은 방송사의 <잘살면 좋잖아>가 60건으로 뒤를 이었다. MBN <특집다큐H> 49건, TV조선 <장수상회>는 45건, JTBC <내 몸을 부탁해>, TV조선 <더 위대한 유산>이 각 40건, 36건이었다. 알부민 협찬방송이 많은 상위 10개 프로그램 가운데 4개가 채널A 프로그램이었다.

TV조선, 자사 26개 프로그램에서 알부민 협찬방송
TV조선의 알부민 협찬방송 328건이 각각 어떤 프로그램에서 나왔는지 확인했다. <장수상회>가 45건으로 가장 많았고, <더 위대한 유산> 36건, <역전의 한방> 34건, <퍼펙트 라이프> 30건, <알콩달콩> 28건이 뒤를 이었다. 최소 1건 이상 방송한 프로그램이 무려 26개였다.

‘홈쇼핑 연계 편성 및 본방과 재방 각 1회’에 최고 1억 원 협찬 받아
협찬방송에 지급하는 돈은 얼마일까. 뉴스어디는 대행사로부터 단가표를 입수했다. 2024년 12월 기준 자료다. 알부민 협찬방송을 가장 많이 내보낸 TV조선 <장수상회>는 협찬금액 5000만 원에 ‘홈쇼핑 연계 가능’, ‘본방 1회 + 재방 1회’ 옵션이 붙었다. MBN <특집다큐H>가 1억 원으로 가장 비쌌다. (프로그램별 협찬금액과 홈쇼핑 연계 편성 실태는 후속 기사에서 다룰 예정이다.)
방송사들이 자사 프로그램에서 알부민 협찬방송을 한 시기에 홈쇼핑에서 팔린 알부민 상품은 특정 제품에 몰렸다. 홈쇼핑 방송 65건 가운데 37건(56.9%)이 ‘오한진’이라는 이름을 앞세운 백세알부민이었다. 표기는 ‘프리미엄 오한진의 백세알부민’, ‘로지나 오한진 백세 알부민 프리미엄’ 등으로 조금씩 달랐지만 같은 계열이고, 이름을 빼고 ‘프리미엄 백세 알부민’으로만 판 5건까지 더하면 42건(64.6%)이다.
여기에 ‘이선민’ 이름을 단 알부민맥스 계열이 15건(23.1%)으로, 두 이름이 붙은 상품이 전체의 80%였다. 나머지는 HLB제약 ‘알부민 인텐시브’ 5건, ‘배한호 원장의 알부민967’ 2건, ‘남재현 원장의 THE조은 콘드로이친 플러스 알부민’ 1건이다.
방송사 건강정보 프로그램은 오랫동안 알부민을 단골 소재로 다뤘다. 그러나 지난 4월을 기점으로 크게 줄었다. 의협이 ‘먹는 알부민’의 효능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밝히고, 식약처가 부당광고 업체를 적발한 시기다.
“의사들이 얼굴 걸고 나오는데 막 하겠나” 시청자가 믿은 ‘의사의 말’
방송사 뉴스는 알부민 과장광고를 비판했다. 그러나 자사 프로그램에서 알부민 협찬방송을 한 사실은 다루지 않았다. 자기들이 방송한 정보에는 시청자를 오인하게 한 내용이 없다고 판단한 것일까? 과연 그런지, 뉴스어디가 방송사 건강정보 프로그램 내용을 살펴봤다.

부산 기장군에 거주하는 64세 이순선 씨는 오메가3, 루테인, 콜라겐, 글루타치온, 콘드로이친, MSM 등 9가지 종류의 영양제를 번갈아 먹는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건강정보 프로그램을 보고 구매했다. 건강프로그램을 보고 영양제를 구매하게 된 이유를 묻자 이 씨는 ‘의사’를 꼽았다.
“(건강)프로 보고 저쪽 채널 돌리면 광고를 하고 있지. 그래서 짜고 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그래도 우리한테는 득이지. 어쨌든 의사를 접할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우리는. (중략) (의사가) 좋다 해서 먹어 보는 거지”
영양제를 먹은 지 10년 정도 됐다는 56세 김〇〇 씨는 “방송에서 선전한다고 다 사 먹으면 안 되겠구나 생각한다”라면서도 얼마 전 알부민을 8만 5천 원에 샀다. 당시 방송에 나온 의사들 말을 들었다고 했다.
“만병통치약처럼 말했다. 이거 먹으면 피로 회복에 좋고 기운이 떨어질 때 먹으면 좋은 것처럼. (중략) 의사들이 얼굴 걸고 나오는 건데 막 하겠나”
두 사람은 방송사 건강정보 프로그램을 신뢰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거기에 나오는 의사의 말은 다르게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시청자가 이렇게 믿는 ‘의사의 말’은 얼마나 정확할까. 건강정보 프로그램 제작진은 자신들이 내보내는 정보를 제대로 검증하고 있을까.
“알부민 투여 간(肝)”이라더니 논문 속 사진은 다른 물질 투여군
채널A, SBS, JTBC, KBS 등 4개 방송사 건강정보 프로그램에 쥐의 간 이미지가 등장했다. 모두 같은 사진이다.

채널A 특별기획 <영양 배달부, 알부민을 지켜라!>, SBS <오늘부터 인생 2막>, JTBC <내 몸을 부탁해>, KBS <굿모닝 대한민국> 등 4개 프로그램 모두 알부민 협찬방송을 냈다. 해당 회차를 채널A는 15회, SBS는 3회, JTBC와 KBS는 각 1회 재방송했다. 재방송을 포함해 가장 최근에 방송된 프로그램 순서대로 모니터를 했다.
MBC <건강의 재구성 썰록>의 알부민 협찬 프로그램 일부는 홈페이지와 OTT 서비스에서 삭제돼 시청 할 수 없었다.
방송에 나온 사진은 쥐의 간을 찍은 이미지 3종이다. 왼쪽은 정상 간, 가운데는 손상된 간이다. 오른쪽 사진은 손상된 부분(간 섬유화에 의한 결절)이 상당 부분 줄어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맨 오른쪽 사진을 알부민 또는 알부민 융합 단백질을 투여한 뒤 간 섬유화가 개선된 결과를 보여주는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채널A는 내레이션으로, 나머지 방송은 출연 의사가 직접 설명했다.
채널A <영양 배달부, 알부민을 지켜라!>(2026년 1월 11일)는 사진을 이렇게 설명했다.
“따라서 알부민 수치가 낮다면 간 건강에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건데요. 실제 간세포 손상을 유도한 실험 동물에게 알부민을 보충했더니 간 섬유화 증상이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 방송 화면에 나오는 오른쪽 사진을 가리켜 ‘손상된 쥐의 간 + 알부민 수액 투여’라고 표시했다.

SBS <오늘부터 인생 2막>(2025년 11월 15일)에서는 피부과 개업의이자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이모 씨가 똑같은 쥐 간 사진 세 장을 차례로 설명했다.
“알부민은 간 건강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데요. 먼저 정상인 간을 한번 보시면요. 아주 매끄럽고 색이 예쁘죠. 이 간이 손상이 되면요. 보시면 참 다르죠. 간이 굳는 섬유화가 진행됩니다. 이 간 손상을 유발한 동물의 간에 알부민 융합 단백질을 2주간 투여해 봤더니요. 보시는 것처럼 간 섬유화가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료 화면에는 오른쪽 사진을 ‘알부민 투여 간’이라고 표시했다.

KBS <굿모닝 대한민국>(2026년 3월 13일)에서도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모 씨가 “간 손상을 유발한 쥐에게 알부민 융합 단백질을 투여했더니 간 세포 손상으로 인해 발생한 간 섬유화 증상이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화면에는 ‘알부민 융합 단백질 투여 후 회복된 쥐의 간’이라고 표시했다.

JTBC <내 몸을 부탁해>(2026년 4월 16일)는 다른 방송과 달리 ‘혈청 알부민 기반의 단백질’이라고 설명했고, 화면에는 ‘알부민 융합 단백질’을 투여했다고 표시했다.

알부민 협찬방송, 논문 실험 결과 왜곡
뉴스어디는 이 방송사들이 알부민을 홍보하면서 제시한 논문 원문을 확인했다. 고려대 의대 오준서 교수 연구팀이 2015년 국제학술지 《EMBO Molecular Medicine》에 발표한 「Fusion protein of retinol-binding protein and albumin domain III reduces liver fibrosis」(레티놀결합단백질과 알부민 도메인 III의 융합단백질은 간 섬유화를 줄인다)다.

원 논문에는 실험군별 간 사진이 5장 실려 있다. 왼쪽부터 정상군(control), 간 손상을 유발한 군(CCl₄), 알부민 투여군(CCl₄/albumin), RBP 투여군(CCl₄/RBP), R-III 투여군(CCl₄/R-III)이다.
방송사가 프로그램에 내보낸 오른쪽 사진 속 쥐 간에 투여한 물질은 알부민이 아니었다.
연구진이 투여한 것은 ‘R-III’라는 융합단백질이었다. 레티놀결합단백질(RBP·retinol binding protein)과 알부민 전체가 아닌 알부민의 한 부분인 알부민 도메인III를 결합해 만든 물질이다.
알부민만 투여한 실험군은 따로 있었다. 논문은 두 실험군의 결과를 명확하게 구분했다.
“R-III 투여는 결절 발생을 유의하게 감소시켰지만, 알부민 또는 RBP를 투여한 생쥐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뉴스어디는 논문의 교신 저자 오준서 고려대 의대 교수에게 4개 방송사 화면과 방송 내용을 메일로 보낸 뒤 방송 화면이 논문의 실험 결과와 일치하는지 물었다. 오 교수는 먼저 이 실험을 설명했다.
“알부민과 RBP(retinol binding protein)의 융합단백질을 만들어서, 이를 실험동물에 사용하였고, 그 결과를 논문에 게재하였습니다.”
채널A가 오른쪽 사진을 ‘손상된 쥐의 간+알부민 수액 투여’라고 표시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이거 거짓이에요. 이것은(방송 자료화면 세 번째 사진) 융합 단백질을 투여했을 때 봤던 효과 사진이고요. 알부민 수액을 투여했다고 얘기한 세 번째 그림은 거짓입니다”
4개 방송사가 제시한 논문, 누가 고르고 검토했을까
그렇다면 이들 프로그램에서 같은 논문이 반복 활용된 과정에서 방송 출연 의사들은 논문 원문을 직접 확인했을까. 제작진은 해당 내용을 검토하는 과정을 거쳤을까.
뉴스어디는 방송에서 해당 연구를 직접 설명한 의사들에게 방송 전 논문을 직접 확인했는지, 자료 화면과 설명은 누가 준비했는지 등을 물었다.
채널A 특별기획 <영양 배달부, 알부민을 지켜라!>(2026년 1월 11일)에는 진행자로, SBS <오늘부터 인생 2막>(2025년 11월 15일)에는 패널로 출연해 해당 연구자료를 설명한 피부과 개업의인 가정의학과 전문의 측은 “원장님께서 메일 확인해 보셨는데 직접 답변 주시기가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뉴스어디는 해당 의사가 방송에서 직접 논문을 설명한 만큼 확인이 필요하다고 재차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KBS에서 해당 논문을 설명한 의사 측은 방송 출연 시 계약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해당 의사가 원장으로 있는 병원 관계자는 “저희가 방송 출연 시 계약상 방송 내용 관련된 것은 외부 활동 자체를 못 하게 돼 있다”, “인터뷰나 서면이나 이런 것도 아무것도 안 된다고, 계약서상”이라는 원장의 말을 전하며 방송국에 문의해 달라고 했다.
뉴스어디가 해당 의사가 방송에서 직접 논문을 언급하며 전문가로 출연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그쪽 거기에서 다, 원장님께서도 그 다 나온 거잖아요. 그래서 그쪽은 방송국에 문의하시는 게 맞는 거 같다고 하셨다”고 답했다.
“그쪽에서 다 나왔다는 게 이 자료를 방송국에서 받으셨다는 말씀으로 이해하면 되냐”고 다시 묻자 관계자는 “저도 뭐 어떻게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그러지 않았을까요”라고 말했다.
“‘쇼닥터’ 문제는 의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의사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다.
“출연하는 의료진은 먹는 알부민에 대해서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냥 알부민을 얘기하는 거죠.”
그러면서 그는 이른바 ‘쇼닥터’ 문제는 의사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이게 호도하는 건 하지 말라는 거, 저희 가이드라인이 있긴 한데 무슨 법적 구속력을 가지거나 그러지는 못하고. 사실은 이건 저희 쪽에서 얘기하는 것보다는 방송사에서 정신 차려야죠.”
그렇다면 시청자는 ‘먹는 알부민’을 말한 적 없는 의사의 말을 어떻게 믿게 됐을까.
‘마시는 알부민’ 보여주고 ‘주사 알부민 효과’ 말하고…방송이 완성한 ‘효능 착시’
알부민 협찬방송은 재방 빈도가 높다. 채널A 특별기획 <영양 배달부, 알부민을 지켜라!>는 올해 3월 26일까지 재방송됐다. 이 프로그램에는 세 명의 사례자가 나온다. 지방간과 만성피로를 겪던 사람, 뇌출혈로 쓰러졌던 사람 그리고 유방암 투병 이력이 있는 사람이다.
세 사람 모두 화면에서 알부민을 먹는다. 이 가운데 뇌출혈 후유증을 겪은 사례자는 이렇게 말했다.
“주사 맞을 때마다 혈관이 약해서 바늘을 수없이 찔러요. 그러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운데. 요즘에는 이렇게 마시는 알부민이 나와서 집에서 먹을 수 있으니까 너무 좋아요.”
의약품 알부민을 먹는 알부민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이다. 자막은 “알부민까지 챙겨 먹으며 뇌출혈 후유증 극복 중”이었다.

유방암을 완치해 운동과 집안일을 문제 없이 해내는 모습을 보여준 다른 사례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게 알부민인데요. 알부민이 영양소를 우리 몸 곳곳에 배달해 준다고 하더라고요. (중략) 이거 안 먹으면 손해보는 느낌이에요.”
장면과 장면 사이에도 컵에 담긴 알부민이 등장한다. 알부민을 먹는 사례자 영상과 의약품 알부민 효과를 말하는 의사와 연구 자료 사이에 먹는 알부민 영상을 배치하는 식이다.

방송이 내세운 학술자료 12건, ‘먹는 알부민’ 연구는 없었다
뉴스어디는 채널A 특별기획 <영양 배달부, 알부민을 지켜라!>에 등장한 학술자료 12건을 모두 원문과 대조했다. 사례자들이 화면에서 먹는 알부민을 다룬 연구는 없었다.
동물실험을 뺀 연구 대상 대다수는 대량 출혈, 중증 뇌경색, 급성 간경변, 저알부민혈증 등을 겪는 환자였다. 이들 중 먹는 알부민 즉, 시중에 판매하는 계란 흰자를 기반으로 한 알부민을 먹는 실험 대상은 없었다. 건강한 사람이 나온 것은 대학생 24명을 다룬 한 건인데, 그들이 마신 것은 알부민이 아니라 유청단백질 분말을 물에 탄 음료였다.

김정환 강남을지대병원 교수는 동아일보 기고글(6/24)에서 경구(먹는) 알부민과 관련해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들을 보면 일부 만성질환 환자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면서도 “이러한 연구 대부분은 영양 결핍 위험이 높거나 단백질 소모가 증가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행됐다는 점을 고려해야”하고 “연구 규모가 크지 않고 알부민 자체의 효과인지, 단순한 단백질 보충 효과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고지 자막은 있었지만
방송 화면 구석에 “의약품과 일반식품은 효능·효과에 차이가 있습니다”, “동물실험 결과로 인체에는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연구 결과는 대상과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등의 문구가 작게 붙었다.
방송이 제시한 학술자료는 치료용 알부민 투여 연구, 혈중 알부민 수치와 질환의 상관관계, 동물실험 등이었다. 화면 속 먹는 알부민 제품의 효능을 검증한 자료는 없었지만, 제품과 섭취 장면은 반복해서 등장했다. 작은 고지 자막과 짧은 고지 시간만으로으로 시청자가 이 차이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구성이었다.
“제대로 가이드라인을 해버리면 안 팔리는걸요”
‘의학 프로그램은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야 하며 흥미 위주의 보도는 삼가야 한다. 또한 의료 행위나 약품 등을 과신하게 하는 단정적인 언급을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2020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 제22장 ‘의학’ 항목 일부다. 뉴스어디는 KBS에 알부민 협찬방송 <굿모닝 대한민국>을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제작했는지, 방송에서 다룬 건강·의학 정보가 전문가 검토를 거친 것인지 물었다. KBS는 “유선상으로는 말씀드리기가 어려운 부분”이라고 답했다. SBS와 채널A에도 같은 취지로 물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협찬을 받은 건강 프로그램이 전문가 사전 검토, 가이드라인 준수가 가능한 구조인지에 대해서는 협찬방송 제작에 관여해온 20년차 프리랜서 프로듀서에게 일부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뉴스어디와의 통화에서 편성권을 가진 방송사가 과거에는 갑의 위치였지만, 방송사가 협찬방송 시간대를 늘리면서, 그 시간을 채울 협찬 기업, 즉 광고주가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협찬사가 프로그램을 고르는 상황이 돼 버려서, 그래서 갑과 을이 바뀌었다고 말씀을 드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그런 상황이 되다 보니까 게이트키핑을 할 수가 없죠. 만약에 제대로 그 가이드라인을 해버리면 안 팔리는걸요.”
광고주가 방송 제작 내용에 관여하는 과정은 방송광고 대행사와의 통화에서도 확인했다. 뉴스어디는 협찬광고를 원하는 광고주로 가장해 한 방송광고 대행사에 제작 절차를 문의했다. 이 대행사 관계자는 광고주가 넘긴 자료가 외주 제작사로 전달되고, 방송사는 제작사가 잡은 방향의 “뼈대”만 승인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작가가 촬영 구성안을 쓴다고 했다.
“구성안을 보시고 ‘이 내용이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이 맞아, 틀려, 이건 잘못된 거야’라고 작가님한테 얘기하면 작가님이 또 수정을 해주세요. 그걸 최종적으로 보고 거의 다 그 대본대로 찍으세요.”
뉴스어디가 확인한 다른 건강식품 협찬방송에서도 제품만 다를 뿐, 의사와 학술자료를 배치해 효능을 전하는 방식은 같았다. 2편에서는 지난 4년 5개월간 방송에 가장 많이 등장한 협찬상품을 추리고, 그 가운데 법적으로 기능성을 인정받아 효능·효과를 표시할 수 있는 원료가 얼마나 되는지 살펴본다.
취재: 박채린 (rin@newswhere.org)
카피 에디터: 조연우
뉴스어디 <협찬방송 대해부 시리즈>는 ‘KINN 탐사보도 기획안 공모전’ 선정작으로, 뉴스타파함께재단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