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어디는 12⋅3 불법 계엄 이후 극우 유튜브 채널 못지 않게 내란을 옹호하고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퍼트리는 대구경북 지역 신문 보도 행태를 3차례에 걸쳐 분석한다. 열독률 기준으로 4대 매체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1편 [TK매체 내란보도 분석1] 극우 유튜브 같은 매일신문 칼럼
2편 [TK매체 내란보도 분석2] ‘300만 조회수’ 비결 ‘묻지도 따지지도 않기’
3편 [TK매체 내란보도 분석3] “윤석열·국힘 옹호가 보수의 가치? 수치스러운 일” 대구 기자도 납득 못한다
- 열독률 1위 매일신문 전면 칼럼 ‘석민 NEWS 픽’, 극우 유튜브 내용과 유사
-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서부지법 판사 관련 ‘허위 정보’ 두 차례 유포
- “~인 것 같습니다” 등의 표현으로 책임 회피
- 부정선거 관련 “배후가 너무 거대해 깨닫기 어렵다”는 황당 주장
윤석열 계엄 선포 직후 다수 언론이 적어도 12⋅3 내란을 옹호하는 주장과는 선을 그었다. 계엄군이 창문을 부수고 국회의사당에 진입하고, 경찰이 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로 들어가려는 국회의원을 막는 현장이 생중계되면서, 불법 계엄 증거가 넘쳤기 때문이다. 불법의 중대성도 여야나 보수 진보, 진영 차이로 따질 문제를 뛰어넘었다.
그러나 불법 계엄을 직간접적으로 옹호해온 매체도 있다. 전국 50여 개 언론사의 계엄 직후 보도를 분석한 뉴스어디 기사에 따르면, 대구⋅경북 매체가 특히 두드러졌다. 현재 이들 중 일부는 허위 조작 정보나 계엄 옹호 세력의 궤변을 퍼트리는 등 극단적 유튜버와 다를 바 없는 기사, 영상을 내고 있다.
뉴스어디는 대구⋅경북 지역 열독률 상위 매체 4곳(23년 기준)으로 범위를 좁혀 이들의 기사를 분석했다.

매체 선정 기준인 ‘열독률’은 최근 일주일간 특정 매체를 읽은 비율로, 매체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23년 열독률 점수는 매일신문(60점), 경북일보(55점), 영남일보(55점), 경북매일신문(50점) 순이다. 열독률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조사하며, 정부광고를 게재할 매체를 선정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대구 1등 신문 논설실장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 “이처럼 평화적⋅비폭력적 계엄”
대구⋅경북 지역 열독률 1위인 매일신문은 매주 금요일 ‘석민의 NEWS 픽’이라는, 필자 이름을 내세운 칼럼을 싣는다. 이 신문이 유일하게 한 면 전체를 할애하는 시사 칼럼으로 석민 디지털논설실장이 쓴다. 윤 대통령을 일컬어 “중국을 추종하며 북한에 부역하는 탄핵 세력에게 핍박”받는 “사회적 약자”(1월 24일 자)라거나, 대통령 첫 담화 다음 날 “이처럼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비상계엄”(2024년 12월 13일 자)이라는 논지를 폈다. 불법계엄 직후 가장 먼저, 가장 노골적으로 계엄을 옹호한 이 칼럼에는 문제적 보도 유형이 망라돼 있다.

억지 수법1. 허위 조작 정보 ‘모른 척’ 받아쓰기
서울서부지법 판사 관련 거짓 정보 두 차례 언급
지난 1월 19일 새벽,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고 폭도가 서울서부지방법원 청사에 난입했다. 이들은 법원행정처 추산 6~7억에 상당하는 법원 기물을 파손했으며,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아다녔다. 이들 가운데 100명 이상이 구속 또는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법원과 법관에 대한 공격이 끝난 것은 아니다.
‘석민의 NEWS 픽’은 폭도들이 찾아다닌 판사를 1월 24일, 2월 7일 칼럼에서 두 차례 언급했다. 해당 판사가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석해온 열렬한 반윤 인물이라 공정한 재판을 했을 리 없다는 주장을 폈다.
이 인물은 지난해 12월 7일 ‘[탄핵찬성집회] 이제 시작이다. 우린 지치지 않는다’, 같은해 12월 12일 ‘탄핵될 때까지 출근’이라는 SNS 글을 올린 것이 알려졌습니다. 공정한 재판을 했을 리 만무합니다.
– 매일신문 <부정선거 척결 외친 트럼프, 헌재 정면돌파 택한 윤석열>(1월 24일 자)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부지법 차은경 판사는 ‘윤석열 탄핵·퇴진 집회’에 참석했던 열렬한 ‘반윤(反尹)’ 인물이었다는 것이 그의 SNS에 의해 확인되었습니다.
-매일신문 <재판관 8명 중 5명 우리법 연관⋯’좌파 카르텔’이 장악한 헌재>(2월 7일 자)

그런데 이런 주장은 칼럼이 나오기 전에 이미 허위라는 반박이 나왔다. 이른바 윤석열 멘토로 불리는 신평 변호사가 해당 내용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가 “동명이인이 한 일이라는 네티즌의 지적이 있다”며 지웠다. 탄핵 찬성 집회 참석을 SNS에 올린 사람은 구속영장 발부 판사가 아니라 동명이인이라는 것이다.
이후 1월 23일 대법원이 신 변호사 SNS 글이 사실과 다르다고 발표하자 “차 판사가 아니라 동명이인인 것이 틀림없겠다”라며 사과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신 변호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선관위 연수원 중국인 해커 99명’ 허위 사실도 유포
그러나 석 디지털논설실장은 1월 24일과 2월 7일 ‘석민의 NEWS 픽’에서 차 판사가 “’윤석열 탄핵·퇴진 집회’에 참석했던 열렬한 ‘반윤(反尹)’ 인물”이라는 것이 “확인됐다”는 허위 사실을 퍼트렸다. 대법원의 반박을 뒤집을 새로운 사실을 석 논설실장이나 매일신문이 내놓지도 않았다.
석 실장 칼럼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내놓은 근거도 ‘허위 조작 정보’였다. 1월 17일과 24일 칼럼에서 12⋅3 내란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중국인 99명이 주일미군기지로 압송됐으며, 부정선거 개입을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이 내용은 익명의 ‘미군 정보 소식통’을 출처로 한 스카이데일리 보도를 가져온 것이다.
곧장 반박이 이어졌다. 스카이데일리 보도 직후인 1월 20일과 21일 주한미군은 “스카이데일리의 모든 정보는 허위”, “(미)국방부와 주한미군은 모두 이 주장이 거짓이라고 밝힌다”라는 입장을 공식 X 계정에 올렸다. 2월 7일에는 김선호 국방부장관 직무대행도 스카이데일리 보도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언론 취재로도 스카이데일리 보도는 근거가 없음이 드러났다. 주간지 시사IN은 계엄 선포부터 해제 때까지 선거연수원 본관 입구, 생활동 복도, 계엄군과 경찰 차량이 진입한 선관위 맞은편 주차장 CCTV를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당시 체포나 압송된 사람은 없었고, 이날 선관위에서 숙박한 90여 명은 1박 2일 일정으로 교육을 받던 선관위 실무자 등이었다고 보도했다.
석 논설실장과 매일신문이 스카이데일리 보도를 “완전한 거짓”이라고 한 주한미군과 미 국방부의 공식 반박 등을 모를 리 없을 텐데도, 계엄 당시 선관위에서 중국인이 체포됐고 이들의 부정선거에 개입이 사실인 것처럼 칼럼을 냈다. 대구⋅경북 열독률 1위 매체가 허위 조작 정보를 퍼트리고 있는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측은 주한미군 등의 공식 발표 내용과 언론의 선관위 CCTV 영상을 반박할 증거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한미군 발표에 대해서는 지난 1월 25일 “최근 포스팅 내용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인 조 바이든 행정부 성향이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라고 주장했다.
억지 수법 2. “~인 것 같습니다”
매일신문 ‘석민의 NEWS 픽’이 내놓은 근거가 허술하다는 건 자체 표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래는 <부정선거 “그냥 없었다” 하면 끝인가?>(2024년 12월 20일 자) 칼럼 일부다.
부정선거 의혹을 음모론이나 극우 유튜버의 상업적 주장이라고 애써 치부하는 모양새는 좌파 탄핵 선동 세력들뿐만 아니라 조중동으로 불리는 한국 주류 언론들의 시각과 유사합니다. (중략) 이들이 부정선거와 관련해 치밀하고 광범위한 조사나 취재⋅수사를 했을 것 같지 않습니다.
‘해보지 않아도 그냥 부정선거가 없다는 것을 안다’는 설명은 근거가 약합니다. 부정선거 공범들이기 때문에 지레 격한 반응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오히려 논리적 설득력을 갖춘 것 같습니다.
‘~같지 않다’, ‘~같습니다’처럼 애매한 표현을 쓴 이유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재판이나 수사 등으로 인정받은 부정선거의 객관적 증거가 있었다면, “부정선거와 관련해 치밀한 취재나 조사를 하지 않았다”, “(취재나 수사를) 해보지도 않고 부정선거가 없다고 주장한다”처럼 명확히 서술했을 것이다.
제21대 총선과 관련해 126건의 부정선거 관련 소송이 제기됐지만 모두 기각 또는 각하됐다. 육사 출신 장재언 씨가 제22대 총선에 부정선거가 있었다며 선관위 직원을 고발했지만, 검찰과 경찰 모두 무혐의 종결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때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은 감사원이 직무 감찰에 착수했으나 부정선거 단서는 찾지 못했다. 윤석열이 12월 12일 담화에서 계엄 명분으로 내세운 국정원의 중앙선관위 보안 점검 결과에 대해서도 국정원은 “부정선거 의혹은 찾지 못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부정선거 근거 없자 내놓은 상상, “배후 너무 거대해 깨닫기 어렵다”
매일신문 칼럼은 부정선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선거관리위원회 해명에 “배후가 너무 거대할 경우 실재하더라도 깨닫기 어렵다”라고 반박했다. 증거가 아니라, 거대한 배후가 있다는 ‘상상’이 해당 칼럼 주장의 근거다. 물론 매일신문이 이 상상을 뒷받침할 기사를 낸 적은 없다. 선관위는 부정선거가 가능해지려면 “다수의 내부 조력자”, “해커” 등 수많은 사람의 내부 조력이 필요한 만큼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했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이 칼럼은 석 디지털논설실장 칼럼 중 댓글 수가 가장 많다. 이전 칼럼은 100개 이하가 대부분이나 이 칼럼은 2월 14일 기준 900개에 이르는 댓글이 달렸다. 상당수가 “부정선거는 팩트”, “제대로 된 신문과 기사와 기자를 찾았다” 등의 내용이이다. 정확하지 않거나 근거가 없는 억지 주장이 기성 매체가 쌓아온 인지도와 포털 사이트 파급력을 토대로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것이다다.
억지 수법 3. ‘국민 바라보겠다’=‘인민 재판하겠다’ 자의적 해석
‘석민의 NEWS 픽’이 억지 논리를 내세우는 또 다른 방법은 ‘논리 비약’이다. ‘석민의 NEWS 픽’은 윤 대통령 수사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등이 본격화되자 사법부를 향해 “완전 ‘또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1월 3일 자 칼럼), “헌법 파괴의 주범⋅공범들이 바로 대법관 자리 차지”(1월 24일 자 칼럼) 등의 글로 비속어 사용도 개의치 않으며 근거 없는 사법부 불신을 조장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 측이 탄핵 심판에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자, 헌재 측은 지난 1월 7일 공보관 브리핑에서 “여야를 떠나 국민만 바라보고 간다”라며 “헌재는 주권자인 국민의 뜻에 따라 헌법적 분쟁을 해결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설립된 심판기관”이라고 말했다. 원론적이면서 상식적인 답변이다.
이러한 헌재 측 답변을 석 실장은 ‘황당한 발언’이라며,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말은 자칫 ‘여론재판’ ‘인민재판’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도 있다”, “인민재판, 여론재판을 해서 하루 빨리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시켜 쫓아내려는 음모(陰謀) 세력에 가담해 대통령 탄핵 심판”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사고의 과정을 거치면 “여야를 떠나 국민을 바라보겠다”는 말을 “인민재판을 하겠다”로 해석할 수 있을까. 석 실장의 추론은 “헌재 공보관의 발언 중에 ‘법(法)’이 빠져 있다”, “여의치 않으면 ‘법 따위는 무시하겠다’는 암시(暗示)가 아닌지 저의가 의심된다”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지역 1등 매체 논설실장이 썼다고 보기 힘든 비약이다.
석 실장이 1월 24일 자 칼럼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공식 연설에서 ‘부정선거’ 문제를 심도 깊게 지적했다”라며 미국 내 사안을 이야기한 것을 두고 마치 한국 부정선거를 언급한 것처럼 쓴 것은 논리 비약이라기 보다는 속임수에 가깝다.
뉴스어디는 이어지는 대구⋅경북 매체 보도 분석 2편에서 기사 절반을 ‘받아쓰기’로 채우는 문제 등을, 3편에서는 계엄 옹호 보도를 반복하는 배경을 살펴본다.
취재: 박채린(rin@newswhere.org)
석민이 그야말로 ‘또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