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건넨 노란 프리지어 꽃을 받아 든 ‘미디어 날’ 박소영 기자(공동 대표) 표정은 밝았다. ‘상황에 맞지 않은 선물 아닐까’ 하는 걱정이 이내 사라졌다. 이재표 기자(공동 대표)도 사무실로 들어왔다. 같은 건물 지하에서 곧 있을 토론회 준비를 하고 왔다고 했다. 청주 지역 시내버스 노선 개편이 주제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두 사람은 활기찼다. 사무실에서 심각한 건 두 사람을 인터뷰하러 간 기자뿐이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29일 충청리뷰를 ‘항의 퇴사’했다. 충청 지역 언론사인 충청리뷰는 94년 젊은 기자 다섯이 모여 “지역에 바른언론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창간했다. 2002년 검찰 인권 침해 폭로 기사로 검찰 등이 압력을 가하자 시민이 나서 ‘바른언론 충청리뷰 지키기 범도민대책위원회’를 만들 만큼 지역민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재정 어려움으로 재원 조달 과정에서 대주주가 생겼고, 대주주가 보도에 관여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재표 기자는 2005년부터 2013년, 2022년부터 2023년까지 11년, 박소영 기자는 2001년부터 2023년까지 22년을 충청리뷰 기자로 일했다. 지난해 9월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받아낸 특활비 등 검찰 예산 내역을 검증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나 대주주와 갈등으로 보도가 막혔고 이에 항의하며 회사를 나왔다. 이 기자는 “(대주주의) 저열한 인식을 보고 내가 그런 힘에 지배당하는 건 용납이 안 됐다”라고 말했다.
두 기자는 ‘충청리뷰’를 떠나 새 매체 ‘미디어 날’을 내일(3월 15일) 창간한다. 후원제로 운영하는 충청 지역 최초의 비영리 독립 매체다. 뉴스어디는 지난 2월 창간을 준비하는 두 기자를 만나 새 매체를 만든 배경을 들었다.


▼ 축하 인사 좀 받으셨어요?
(박소영)
그 말을 들으면 좀 어색해요. 그래도 그 말도 많이 해주세요.
▼ 새 매체를 창간하는데, 앞으로 계획은 뭔가요?
(이재표)
봄에는 봄날, 여름에 여름날, 가을날, 겨울날 이렇게 4번 (계간지를) 낼 거고, 인터넷으로도 보도하고 뉴스레터도 보낼 거예요. 또 책 한 권 정도의 이야기를 써볼 거예요. 충청리뷰도 호흡이 긴 기사를 쓰는 매체였는데 그것보다 더 길게 써보고 싶어요. 원래 충청리뷰가 창간 당시에 월간지였어요.
(박소영)
탐사보도 중심의 호흡이 긴 기사를 취재하는데, 전달 방식 자체가 쉽게 읽히고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방식으로 기사를 작성할 예정이에요. 길고 어려운 이야기를 전하는 매체예요. 독자와 함께하는 다양한 사업도 구상하고 있어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독자와도 가까이 만나고 또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재표)
강연이나 공연도 많이 할 거거든요. 충청리뷰 30주년 때도 실험했어요. <염쟁이 유씨>라는 1인극이 있는데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연극이에요. 우리 후원 독자들은 무료, 유료 관객도 최대 5만 원을 넘지 않는 비용으로 볼 수 있는 좋은 공연도 할 겁니다.

“너무 열심히 일할 생각 없다”더니 ‘기대되는 일’ 6분 넘게 얘기
▼ ‘탐사보도하는 계간지’는 새로운데요?
(이재표)
저희가 게을러서
(박소영)
아니야. 주간지로 했을 땐 잡지 비용이 너무 많이 나오기도 하고, 주간지는 저희 둘이 하기에는 너무
(이재표)
너무 열심히 일하고 싶은 생각이 솔직히 없기 때문에
(박소영)
아니 아니, 지금 커트. 이거 다 안 돼, 이거 나가면 안 돼. 아니 지금 이건 다 타임.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그런 얘기를 하면 어떡해 이렇게 해.
(이재표)
저는 솔직히 그런 생각 했어요. 지속가능성. 그러니까 너무 열심히 일하면 골병들잖아요.
(박소영)
지금 엄청 열심히 일을 해야 돼요. 그리고 엄청 열심히 일하고 있고 진짜 되게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그리고 열심히 할 거예요. 말은 저렇게 하셔도.
▼가장 기대되는 건 뭔가요?
(이재표)
리뷰 시절에는 커버스토리라고 해서, 저는 그걸 맘모스 사냥이라고 해요.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많을 때는 3명 4명 같이 썼어요. 그래도 허덕허덕했어요.
이번에는 긴 호흡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게 가능하잖아요. 그런 거 해보고 싶어요. 그다음에 잘 안 건드렸던 문제를 건드려보고 싶은 거예요. 예를 든다면 신념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신념을 지킨 사람과 신념을 버린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 이야기도 듣고 싶고, 과연 신념이라는 게 지금 필요한 거냐 이런 질문도 던져볼 수 있는 거죠.

▼ 다양한 걸 아우르는 매체가 되겠는데요
(이재표)
일종의 놀이터 같은 거예요. ‘(미디어) 날’에 ‘날것’이라는 의미도 있어요. 창간 준비호 제목이 ‘어 날 로그’예요. ‘날 것을 기록하다’ 해서 ‘어 날 로그’. 소위 AI라든지 자동화된 시대에서 휴먼에 대한 부분을 생각해 보는 거거든요.
영화 <설국열차>를 보면 결국 평범한 사람은 꼬리 칸에서 기관차에 끌려가잖아요. 근데 그게 우리 미래일 수도 있다는 거죠. 인공지능이 다 해버리고 사람은 점점 공부를 안 하게 되잖아요. 이게 뭐랑 비슷한 거냐면 산업혁명 시대에 방직기가 만들어지니까 그때 노동자들이 기계를 부수는 저항을 했잖아요. 러다이트 운동을 했는데 저는 그런 게 필요한 시점이다.

만약 인간들 생산력이 극도로 증대하고, 권력이 아름다운 생각을 갖고 있으면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결국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하는 것들이잖아요. 그런 것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거고 1층에 문화 공간을 만들면 그런 동아리가 활동할 거점으로 만들 거예요.
‘열심히 할 생각’이 없다던 이재표 기자의 답이 계속 이어졌다. 신나 보였다. 이 기자는 ‘기대되는 것’이 뭐냐는 질문에 혼자 6분 넘게 말했다. 신나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질문을 꺼내봤다.
비영리 언론사 만든 이유, 자본에 아주 질렸다⋯ 후원자 천 명 무난할 것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실 거예요?
(이재표)
일단 우리가 자본에 아주 질린 사람들이에요. 이번에
(박소영)
그렇다고 자본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웃음). 그런데 주주가 있는 기존의 법인 형태 언론을 하게 된다면 또다시 예상치 못한 원치 않는 일이 벌어질 듯해서 상당히 고민을 했고요. 그래서 저희가 비영리 임의단체로 출발해서 비영리법인, 비영리단체 이렇게 수순을 밟아가는 게 목표입니다.
▼목표치는 어떻게 되나요?
(이재표)
정회원 100명을 빠른 시일 안에 확보할 거고요. 지속가능성을 갖는 데 최소한의 인원이 저는 회원 500명 정도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천 명 정도는 무난히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박소영)
무난히
▼이 사무실도 어떤 분이 도와줬다고 하던데?
(이재표)
옆방에 있어요. 지금.
‘미디어 날’ 사무실이 있는 빌딩 입구에 ‘〇〇〇 세무회계 사무소’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2층 사무실 출입구에도 회계사무소임을 알리는 작은 팻말이 있다. 알고 보니 회계사무소를 운영하는 지인이 ‘미디어 날’에 사무실을 내준 거라고 한다. 사무실은 기다란 책상 2개에 널찍한 책장을 두고도 공간이 남았다. 후원회원 ‘천 명 정도는 무난’하다는 자신감이 근거 없어 보이진 않았다.
‘충청리뷰다움’ 고민하다 뉴스타파 제안 받았다…‘이게 운명이겠구나’
▼검찰 특활비 보도를 ‘미디어 날’에서 볼 수 있나요?
(이재표)
저희가 한 일이 자료 수령해서 전달하는 것까지고 한 게 없어서 좀 고민스럽기도 해요. 저는 그 특활비 말고도 검찰 관련 보도를 종합적으로 하려고 생각한 게 좀 있어요. 충청리뷰라는 회사가 검찰과 악연이 몇 차례 있던 회사이기도 해서 더 준비하고 있었죠. 사실 선배들과 같이 준비를 했거든요. 그래서 그걸 제가 (미디어 날에서) 하는 건 좀 모양새도 맞지 않는 것 같아요.
▼ 특활비 보도를 대주주가 불편해한다는 얘기를 듣고 제일 처음 어떤 생각 드셨어요?
(이재표)
올 게 왔다. (지난해에) 30주년을 맞았어요. 저도 충청리뷰 자회사에 있다가 회사가 잘 안 돼서 다시 복귀를 한 거였어요. 올 때부터 ‘충청리뷰다움’을 회복하는 게 제 머릿속에 있었어요. 그때 뉴스타파에서 제안을 한 거죠. (뉴스타파는) 주주가 있는 회사는 참여시키지 않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래 전부터 취재하면서 알게 된 뉴스타파의 한 기자가 충청리뷰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제안이 왔고 저는 그걸 딱 듣는 순간에 이게 운명의 그게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충청리뷰다움’을 회복하는 과정 속에서 구성원들, 후배인 박소영 기자라든지 선배들과도 공감이 돼야 하고. 경영진이라든지 소위 말하는 사측이라고 할 수 있는 주주랑도 뭔가 이게 돼야 되는데 사실 어딘가에서는 부딪히겠구나 그리고 부딪히고 싸워가는 과정이 충청리뷰다움을 회복하는 과정이 되겠구나 생각을 한 거죠.
그래서 계속 흘렸어요. 서울로 회의하러 몇 번 왔다 갔다 했고. 당시 대표이사가 ‘다 같이 하는 건데 뭐 무슨 문제 있겠습니까’라고 했어요. (하다보니) 만만치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이걸 하려면 전직 검사 중에 아는 지인이나 회계사나 이런 사람들과 같이 청주는 팀을 만들어서 들어가겠다고 생각하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대표이사가 얘기하더라고요. ‘대주주가 불편해한다’.

지금도 의문점이 남는 건 그간 과정을 대표이사가 주주에게 보고를 안 했나, 아니면 했는데 그때는 별일 없었나. 지금도 미스터리예요. 지금 나와서 생각해 보니까 보고를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대표이사가 일하는 형태를 보니까 사소한 것까지 (대주주에게) 보고를 해왔더라고요.
그러면 대표이사의 생각, 주주의 생각이 갑자기 바뀌게 되는 데 뭔가 힘이 작용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공식 압력이 아니더라도 알고 지내는 누군가, 검찰에 있는 사람, 형 동생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왜 이런 거 하려고 하냐 ‘툭’ 이런 건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지금 와서는 하게 돼요.
“리뷰다운 기자가 쫓겨나는 거 아니냐”…“현실이 됐지만 후회 없어”
(이재표)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 거고 제가 황당해서 이렇게 되면 저는 나가서라도 하겠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죠. 화가 나서 한 얘기인데 언제 사표를 쓰실 건지 날짜를 얘기해 줘야지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나오더라고요. 명절 끝나고 저를 보직 해제하는 일도 발생했던 거고.
중요한 건 본사에 있는 4명의 기자는 이 문제에 대해서 공감했어요. 막판에는 (검찰 예산 내역) 자료 수령하러 가는 것도 저 혼자 시작했는데 같이 다 다녀오셨고요. 싸우는 과정에도 다 같이 함께 했어요. 결정적으로 마지막 순간에 다 같이 그만두는 데 동의해서 같이 그만둔 거죠.
▼ 20년 넘게 있던 회사인데 사표를 쓰는 건 힘든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박소영)
맞아요. 힘든 결정이었어요. 엄청 많이 울었습니다. 사람들이 전화 첫마디가 울고 계시죠? 이 얘기를 되게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만큼 지지도 받고 공감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검찰 특활비 보도 막혔다는 이야기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박소영)
선배가 그 일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저한테 한 얘기가 이 싸움을 꼭 해야 하는 이유는 리뷰 안에서 리뷰다운 자와 리뷰답지 않은 자를 가르는 일이고 리뷰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했을 때 공감을 했어요. 그때 솔직히 ‘선배, 그러다가 리뷰다운 자들이 다 쫓겨나는 거 아니야?’ 그랬는데 그게 현실이 됐습니다.
▼안에서 좀 더 싸워볼 순 없었나요?
(이재표)
(박소영 기자는) 충청리뷰와 일체감이 있었지.
(박소영)
맞아요. 저 그렇게 살았어요. 엄청 열심히 싸웠어요. 선을 넘어서까지. 최선을 다 안 하고 그냥 문 닫고 나오면 후회할 것 같아서. 정말 안간힘을 썼는데 바꿀 수 없더라고요. 이거에 대해서 후회는 없어요.
▼사측 말고도 이런저런 갈등이 많았나 봐요.
(이재표)
2005년 제가 리뷰 오자마자 쓴 것 중 하나가 청주시 관련 비자금 보도였어요. 그때 그 기사 때문에 어마어마한 전화가 회사로 온 거죠. 저 개인한테도 기사가 ‘나가면 안 된다, 제발’ 뭐 이렇게 해서. 결국은 당시 대표이사가 취재가 미흡한 것 같은데 얘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당시 편집국장님이 그 기사를 한 주 딜레이를 시키면서 그 면을 백지로 내줬거든요.
(박소영)
선배들이 그만큼 의리가 있었고 서로를 지켜주는 힘이 있었어요. 그래서 충청리뷰가 오랜 시간 파고를 넘으면서 왔는데, 그냥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노근리・양길승 사건 충청리뷰가 첫 보도, 상은 다른 언론사가 “그런 일 많아”
충청리뷰는 자본금 1500만 원으로 시작한 작은 언론사지만, 전국으로 알려진 특종도 꽤 있다. 1994년 국내 언론 처음으로 ‘노근리 사건’을 보도했고, 2003년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청주 방문 당시 향응을 받은 사실도 처음 알렸다. 충청리뷰는 양 전 실장 접대 자리에 참석한 이들이 충청리뷰를 방문해 “광고 제공 등 조건을 제시하며 보도를 막으려”했다는 내용까지도 기사화했다. 이 사건으로 특검법이 발의되는 등 전국이 시끄러웠다. 하지만 충청리뷰는 주목받지 못했다. 양길승 보도로 여러 기자상을 받은 건 다른 언론사였다.
▼ 충청리뷰가 양길승 향응 파문을 처음 보도했고, 적극적으로 보도했는데 상은 타사가 받았네요?
(박소영)
그런 게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지역매체가 활자밖에 없었잖아요. 그러니까 더 전파성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재표)
만약 요즘 상황이었으면 인터넷도 있고 SNS도 있고
(박소영)
그때는 그냥 지역에서 내는 건 전파성이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속상하셨겠어요.
(박소영)
속상하죠.
(이재표)
혼자 쓰면 다른 언론사가 외면하거나 안 받는 것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터널 디도스 사건’ 보도할 때 서울의 한 언론사를 찾아갔어요. 지역에서 아무리 줄기차게 보도를 해도 안 된다는 느낌 때문에 제보자를 설득해 데리고 갔는데, 이 친구(제보자)는 충청리뷰가 보도한 것도 다 써달라고 했고, 그 언론사는 얘네가 한 건 우리는 손 안 대, 그래서 무산됐죠. 그런 게 많아요.
‘터널 디도스 사건’은 2011년 4월 27일 김해 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새누리당이 ‘가짜 터널 공사’를 해 투표율을 낮추려 했다는 의혹이다. ‘가짜 터널 공사’에는 1억 원이 소요됐고, 1억 원을 마련했다고 알려진 의원 실명도 거론됐다. 이 사건은 2012년 9월 28일 자 충청리뷰에서 처음 보도하고 파장이 일었지만 곧 묻혔다. 이후 5년이 지난 2017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다뤘다.
▼ 그래서 협업 프로젝트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검찰 예산 검증 프로젝트는 여러 언론사가 연대했잖아요.
(이재표)
작은 언론사들이 연대를 해서 뭔가를 같이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면 위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측면에서 의미가 있죠. 과시 효과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만큼이 모였다 이렇게. 그다음에 제천지청에 누가 받으러 가고 어디 누가 받으러 가고 뭐 이렇게 하는 것도 되게 폼도 나고 좋은 거죠.
(박소영)
지역에서 같이 해주면 더 이슈가 되고 뭔가 바꿔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안 되는 게 고립감을 느꼈던 거 같아요.
(이재표)
지역 기자들이 본인 회사에서는 못 쓰게 할 게 뻔한 걸 제보하기도 해요. ‘이런 거 있는데 리뷰는 쓸 수 있잖아’ 결국 자본의 문제인 거죠. 기자들이 다 문제인 게 아니라, 문제는 뭔가를 하고 싶은데 자기 회사에서 그게 안 된다는 걸 아니까.
작은 지역서 미디어 비평, 불편한 일 생겼지만 보이지 않게 돕는 기자도 있어
▼ 충청리뷰에서 검찰 보도가 막히고 기자 넷이 퇴사했는데, 지역 매체에선 보도가 전혀 안 됐어요. 충청 지역 한 기자는 ‘그 회사 내부 문제’일 뿐이라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재표)
일단 충청리뷰가 기자협회 소속이 안 돼 있어요. 저는 다른 언론사에 있다가 와서 출입처에 있었기 때문에 많이 알고 그랬는데 후배들은 충청리뷰에서 시작해서 그런 과정이 불가능한 거죠. 그래서 우리 회사도 좀 끼워달라 그랬어요. 그런데 (기자협회 측이) 거부하는 거죠. 저는 그래서 후배들한테 그게 뭐가 중요하냐, 그거 없어도 돼, 그랬어요. 그런데 사실 되게 차별적이죠. 민감한 이야기지만, 기자도 풀에 따라가고 다 순번 돌아가면서 하는데, 그런 면에서도 (기자협회 소속 언론사가) 더 생기는 걸 원치 않았죠.
(박소영)
기자단 문화를 비판하는 기사도 썼어요.
(이재표)
엄청 많이 썼죠. 우리가 언론 비평을 했어요.
(박소영)
항의를 넘어서 고소, 고발 들어오려고 했던 적도 많아.
(이재표)
심지어 언론사가 자치단체 보조금 받는 거 한 번 썼는데 충청리뷰도 꽤 받았어요. 제가 가장 심한 언론사 어디 어디 그다음에 세 번째 충청리뷰 이렇게 솔직하게 썼어요. 회사 선배들이 그 기사 갖고 단 한 사람도 야 이런 거 왜 쓰냐 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친한 기자들이 전화를 하는데 어떤 친구는 뭐 이렇게 코 잡고서는 ‘저 독자인데요’ 하면서 전화해서, 제가 ‘너 누구지’ 그랬더니 걔가 나한테 이런 걸 왜 쓰냐고 그래서 제가 ‘거기 충청리뷰 나와 안 나와? 할 말 있냐’하면서 끊었거든요.
한 번은 양면으로, 두 판에 걸쳐서 언론사 편파 보도를 특집으로 쓴 적이 있어요. 그것 때문에 난리가 났었죠. 협박 전화에 고등학교 선배인데 갑자기 존댓말 쓰면서 ‘다시는 이 기자님 안 보겠습니다’ 이렇게 한 사람도 있고, 친구 관계 끊자는 놈도 있고. 그러다보니 충청리뷰 매우 싫어하는 기자들도 있어요. 보이지 않게 도와주려고 하는 기자도 있고요.
▼ 지역에서 미디어 비평, 매우 드물어요. 날에서 꼭 해주세요.
(박소영)
할 게 너무 많다.
(이재표)
‘너네는 깨끗하냐, 너네 리뷰도 솔직히 광고받고 다 하는 회사인데’ 사실 이 지적 틀린 게 아닌 것도 있어요. 갈등이 많았고. 내가 왜 이렇게 썼지 라고 후회한 적도 많고.
(박소영)
지역사회에서 되게 불편한 일들이 일어나니까
(이재표)
저 싫어하는 사람 되게 많아요. 그래서 박소영 기자한테도 왜 이 대표랑 같이 하려고 하냐고.
▼ ‘미디어 날’, 오래갔으면 좋겠어요.
(박소영)
정말 오래갔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없지만 누군가 후배한테도 물려주고. ‘날’을 사랑하는 독자와 그들이 후원하는 후원금으로 운영하는 거잖아요. 그들에게 그만큼의 가치를 주고 싶어요. 책을 주고 기사를 주는 거 외에도 정말 우리가 함께하는 다양한 기획과 행사 만들 때 먼저 초대하고.
정말 뭐랄까요, 마지막 불꽃처럼 이 AI 시대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와중에 인간들이 모여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심정으로. 그 불꽃이 오래가면 좋겠어요.
‘미디어 날’은 오는 3월 15일 청주문화제조창 동부창고에서 창간호를 내고 비영리 독립언론으로 첫발을 내딛는다. 미디어 날은 뉴스어디가 소속된 한국독립언론네크워크(KINN)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는 뉴스타파함께재단이 기획하고,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와 함께 만든 독립언론 네트워크다. 이재표 공동대표는 “5월에 모집하는 뉴스타파저널리즘스쿨을 수료한 뒤 정회원으로 참여할 분명한 계획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취재 박채린(rin@newswher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