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자본에 질렸다” 검찰 특활비 보도 막힌 충청리뷰 기자들 비영리 독립매체 창간

  • 충청리뷰, 검찰 특활비 협업 주목받았지만 대주주 등 압박으로 보도 막혀
  • 이재표 편집국장 등 항의 퇴사 “대주주 개입, 충청리뷰 걸어온 길에선 상상 못 할 일”
  • 충북 언론사, 충청리뷰 사태 외면 “그 회사 사정이 있는 것”  
  • 충북 언론사, 충청리뷰 주주 석명룡이 부회장인 금성개발 기부 사례 집중 홍보
  • 금성개발 회사 자금 횡령해 기자들에게 용돈, 음식값 지급 사실은 침묵


특활비 등 검찰 예산 검증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나 대주주와의 갈등 등으로 보도가 막히자 이에 항의해 퇴사한 충청리뷰 기자들이 비영리 독립매체를 창간한다. 이재표 전 충청리뷰 편집국장과 박소영 부국장은 오는 3월 15일 새 매체 ‘미디어 날’ 창립총회를 열고, 창간준비호를 발간할 예정이다. 이 전 국장과 박 전 부국장은 공동대표를 맡기로 했다. 

‘미디어 날’은 홈페이지에 온라인 기사를 게재하고, 1년에 네 번 계간지를 발행한다. 이 공동대표는 지난 2월 15일 뉴스어디와 만난 자리에서 계간지는 “봄날 여름날 가을날 겨울날 이야기를 모아 책 한 권 정도의 이야기를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공동대표는 “탐사보도 중심의 호흡이 긴 기사를 취재하는데, 전달하는 방식이 내러티브로 좀 더 쉽게 읽히고 다가갈 수 있는 방법으로 작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공연, 강연 등으로 독자와 만나고 성장할 플랫폼을 꿈꾼다고 덧붙였다.

‘미디어 날’, 후원제 독립매체로 시작…“자본에 아주 질렸기 때문” 

재원 마련 방안을 묻자 박 대표는 “주주가 있는 법인 형태 언론사를 하게 된다면 또다시 예상치 못한, 원치 않는 일이 벌어질 듯해서 비영리 임의단체로 출발해 비영리 민간단체로 수순을 밟아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이번에 자본에 아주 질린 사람들”이라며, 후원제를 기본으로 하고 약간의 수익사업을 하되, 수익 대부분은 고유목적사업에 쓸 것이라고 했다.  

이재표, 박소영 공동대표. ‘미디어 날'이 독자와 만날 공간으로 사용할 카페다. ©뉴스어디
이재표, 박소영 공동대표. ‘미디어 날’이 독자와 만날 공간으로 사용할 카페다. ©뉴스어디

두 공동대표가 말한 “예상치 못한, 원치 않는 일”, “이번에 질린” 일은 검찰 특활비 보도가 막힌 일이다. 이 사건은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을 꾸린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3년 5개월간 소송 끝에 받아낸 검찰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내역을 독립언론, 공영언론이 함께 검증하는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한 적 없는 검찰 예산 집행 내역을 파헤친다는 점에서 취재 결과물도 기대를 모았지만, 각 지역 독립⋅공영 언론이 협업하는 취재 방식도 주목받았다. 

경남(경남도민일보), 대구 경북(뉴스민), 부산(부산MBC), 서울과 수도권(뉴스타파), 인천(뉴스하다), 충북(충청리뷰) 등 6개 권역을 각 지역 언론사가 맡았다. 세금도둑잡아라, 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 등 3개 시민단체와 언론사의 연대 협업으로 전국 검찰청의 예산 오남용 실태가 하나둘 드러났다. 

하지만 충청 지역을 맡은 충청리뷰는 기사를 내지 못했다. 심지어 기사를 내지 못한 이유를 담은 이재표 편집국장의 칼럼도 삭제됐다. 이에 항의해 이 국장과 박 부국장, 기자 2명 등 모두 4명이 충청리뷰를 떠났다. 언론의 충북 지역 검찰 감시가 막혔으나 대다수 충청 언론사는 이 사태에 침묵했다.

“이전엔 대주주가 기사 압력 가한 적 없어⋯이번이 사실상 처음”

지난해 9월 26일 이재표 국장은 9월 29일 판 신문에 실릴 칼럼을 마감하고 퇴근했다. 그런데 다음 날 인쇄된 신문을 받아보니 칼럼 자리엔 광고가 들어가 있고, 그날 보직 해임 통보를 받았다. 일주일 뒤 사측은 해임 통보를 철회했으나 이후에도 검찰 예산 보도는 나가지 못했다. 그리고 기자들은 회사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이재표 전 국장은 “대주주가 (검찰 예산 보도를)불편해한다”는 말을 김학성 충청리뷰 대표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이재표 전 편집국장은 1297호(9월 27일 자)에 실릴 예정이던 칼럼이 “편집권 침탈로 무단삭제됐다"며 “반면교사로 기록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남긴다"고 삭제된 칼럼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출처: 충청리뷰 홈페이지)
이재표 전 편집국장은 1297호(9월 27일 자)에 실릴 예정이던 칼럼이 “편집권 침탈로 무단삭제됐다”며 “반면교사로 기록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남긴다”고 삭제된 칼럼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출처: 충청리뷰 홈페이지)

이 전 국장은 “(칼럼 삭제 등) 행동 역할”을 한 직원에게서도 대주주 간여 정황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주주가 지시해서 (삭제 등이) 이뤄졌다는 걸 저희가 (직원과 대주주 사이에 오고 간 연락 내용 등을 통해)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이 직원은 회사를 관뒀다. 

뉴스어디는 충청리뷰 김학성 대표에게 해당 직원이 왜 회사를 나갔는지, 대주주 개입이 있었는지 등을 물으려 수 차례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충청리뷰 대주주인 석명룡 금성개발 부회장은 인터뷰를 거절한다고 금성개발 관리부를 통해 알려왔다.

충북 언론사 충청리뷰 사태 침묵⋯ 편집권 침해 비판 단체에 “XXX 하지 말고 근거 대봐” 항의한 기자도

충청리뷰는 1994년 충북 청주 동양일보에서 퇴사한 기자 5명이 출자해 만들었다. 창간을 주도한 권혁상 전 충청리뷰 대표는 “젊은 기자들이 지역에 바른 언론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모였다고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충청리뷰는 2002년 검찰의 인권 침해를 폭로한 보도로 지역민의 지지를 받았다. 이 보도가 나간 뒤, 청주지방검찰청은 광고 수주 압력 등을 문제삼아 충청리뷰 대표와 광고주를 집중 조사했으나 구체적 혐의를 찾지 못했다. 이때 ‘바른언론 충청리뷰 지키기 범도민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많은 시민이 충청리뷰에 격려 광고를 내기도 했다. 

권혁상 전 대표는 창사 15주년을 맞은 2008년 <은근과 끈기로 버틴 15년 독립언론의 길>에서 “과점주주를 배제한 분산형 주식지분을 통해 자본에 예속되지 않은 독립신문의 실험을 계속할 수 있었다”라고 자찬하기도 했다. 기자들이 돈을 출자해 시작하고, 지역민이 앞장서 독립성을 지켜온 충청리뷰에서 대주주 간여로 보도까지 막히는 일이 일어난 배경은 뭘까. 

30주년을 맞은 지난해 충청리뷰의 독립성이 침해된 이유를 두고 두 공동대표는 ‘재정’때문이라고 했다. 이 공동대표는 최근 사례를 들었다. “회사가 어려울 때가 있었는데 직원들이 자기 퇴직금을 중간정산해 회사에 돈을 넣어 유지한 적이 있다”라며 “최근에 주주가 그 퇴직금을 다 돌려주면서 (중략) 그러고 나서 더 간섭이 심해진 거죠”라고 했다.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는 재정구조가 보도에 치명타를 입힌 것이다.

충청 지역에서 30년을 버틴 언론사 기자 4명이 퇴사하고 대주주와 경영진의 편집권 침해 의혹이 발생했지만 충북 지역 언론사는 이 사태를 보도하지 않았다. 충청리뷰 자회사였다가 2017년 독립한 충북인뉴스에서만 <정론지 충청리뷰에 무슨일이?…이재표 편집국장 보직해임>(9월 27일 김남균 기자) 등 5건의 기사가 나왔다. 그 외에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 경영진의 편집권 침해를 비판하는 논평을 냈고, 미디어 전문 매체 미디어오늘이 보직해임 사태 등 4건을 보도했다. 

충북기자협회는 오히려 충북민언련 논평에 “항의나 유감 표명” 여부를 논의했다. 충북민언련은 논평에서 “절대 다수의 지역 언론과 기자들이 권력과 자본에 굴복하는 와중에도 충청리뷰는 굳건히 버텼다”라며 지역 언론 실태를 언급했는데, 이에 한 지역 언론사 기자가 항의한 것이다. 충북기자협회 회원사 중 한 곳인 뉴스1 소속 기자는 이 성명서를 쓴 충북민언련에 “XXX 하지말고 근거를 대봐” 라는 항의성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충북기자협회가 “절대 다수의 지역언론과 기자들이 권력과 자본에 굴복하는 와중에도”라는 표현에 대한 시민단체 논평에 “항의나 유감 표명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며 회원사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출처: 취재원 제공)
충북기자협회가 “절대 다수의 지역언론과 기자들이 권력과 자본에 굴복하는 와중에도”라는 표현에 대한 시민단체 논평에 “항의나 유감 표명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며 회원사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출처: 취재원 제공)

뉴스어디는 충북민언련 논평에 항의하자는 충북기자협회 내부 논의가 실제 있었는지, 논의 결과는 무엇인지 하성진 충북기자협회 회장에 물었다. 하 회장은 “항의를 표시하자는 게 아니었고 일부 회원사에서 (항의)의견을 줘서 13개 회원사에 의견을 물어본 것”이라며 대다수 회원사는 “(충북민언련 논평이) 특정 지회나 저희 회원사를 지칭한 건 아니기 때문에 논의할 필요성은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답했다. 

또 하 회장은 충북 언론사들이 충청리뷰 사태를 보도하지 않는 건 기사 가치가 낮다고 보기 때문이냐는 질문에 “그 회사 사정이 있는 것이고 (중략) 그런 부분이 있기 때문에 보도를 하기는⋯(쉽지 않다). 충북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충청리뷰 대주주 석명룡, 향토기업 금성개발 부회장으로 주식 7.19% 보유

이재표 전 국장이 “대주주가 (검찰 예산 보도를)불편해한다”라는 말을 충청리뷰 대표로부터 들었다는 증언을 했지만 이에 대해 검증하는 언론사 역시 없다. 이 전 편집국장은 “청주지방검찰청을 비롯해 충주지청, 제천지청, 영동지청 등 충북 4개 검찰청과 지청의 특활비 등 예산 내역(2017년~2023년 4월) 대부분을 정보공개청구로 받아냈다”라고 밝혔다. 이 검증 보도 불발로 생긴 검찰권력 감시 부재는 지역민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충북리뷰 대주주는 충북 향토기업인 금성개발 석명룡 부회장이다. 이 전 편집국장은 보도 불발 이후 대주주를 직접 찾아가기도 했는데 “주주는 (자신은)아무 상관없다고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대주주 석명룡을 지역 언론사는 어떻게 다뤘을까.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금성개발 임원으로 생필품이나 현금을 기부했다는 홍보성 기사가 대부분이다. 석 부회장은 금성개발 지분을 2022년 12월 31일 현재 7.19% 보유하고 있다. 송기호 회장과 그 부인 등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지분이다. 석 부회장은 송 회장과 친인척 관계다. 충청리뷰 대주주가 소유한 금성개발과 이번 사안의 연관성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충청리뷰 이재표 전 편집국장 해임 사태가 언론에 처음 보도된 2023년 9월 27일 이후부터 취재 시점인 2024년 1월 24일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금성개발'을 검색어로 관련 기사를 찾아봤다. 총 63건의 기사 중  61건이 기부 등 홍보성 내용이다.
충청리뷰 이재표 전 편집국장 해임 사태가 언론에 처음 보도된 2023년 9월 27일 이후부터 취재 시점인 2024년 1월 24일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금성개발’을 검색어로 관련 기사를 찾아봤다. 총 63건의 기사 중 61건이 기부 등 홍보성 내용이다.


지역언론사, ‘비자금 조성해 기자 용돈 지급’ 등 범죄 사실은 언급 않고 기부 내역만 집중

이 전 편집국장 해임 사태 이후 금성개발을 언급한 보도는 총 63건(포털사이트 네이버, 2024년 1월 24일 검색 기준)이다. 2건은 미디어 전문 매체 미디어오늘 등이 이번 사안을 보도한 기사이고 나머지 61건은 홍보성 기사다. 충청타임즈 <향토기업 책무 다한 금성개발 진천군 기업인의 날 ‘종합대상’>(2023년 12월 14일 공진희 기자)은 “2021년엔 진천군청을 찾아 (중략) 생필품을 전달”, “2004년 문백초장학회에 1억 원의 장학기금” 등을 보도했다. 중부매일 <금성개발 “든든한 겨울을 응원합니다”>(2023년 11월 30일 송창희 기자)는 “2011년부터 어려운 이웃을 위한 백미와 김치를 꾸준히 전달”해왔다고 보도했다. 

2012년 금성개발 회장과 계열사 대표이사, 전무, 상무가 수십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죄로 유죄선고를 받았지만, 이를 보도한 기사는 동양일보 <비자금 횡령 금성개발 송기호 회장 항소심서 집유>(2012년 10월 25일 이도근 기자), 세종데일리 <진천 금성개발 송기호 회장 법정구속>(2012년 7월 27일 신홍균 기자) 2건이 유일하다. 2013년 2월 금성개발은 아스팔트 콘크리스(아스콘) 가격 담합 등으로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이 사실도 충북 지역에선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2012년 당시 청주지방법원 판결문을 살펴보면, 퇴직한 직원에게 허위 급여 지급, 시멘트 운반비 허위・과대 지급, 쌀 구입비 허위 지급 등으로 회삿돈을 횡령한 내역이 있다. 1심에서 회장 등에게 징역 2년 실형 선고가 나왔으나 항소심에선 빼돌린 돈 일부를 변제한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로 바뀌었다. 

비자금은 “관내 기자, 공무원 등에게 용돈 내지 떡값 명목으로”, “기자들에게 음식값 또는 용돈 등으로 지급”, “관내 체육행사와 같은 각종 행사 찬조금”, “피고인 의류 구입비”, “충북 〇〇아파트 ▵▵호를 피고인 조카 명의로 구입” 등에 사용됐다. “기자에게 용돈 등 명목”으로 비자금을 사용했다는 내용은 수사기록에 5차례 언급됐다. 

뉴스어디는 ‘미디어 날’ 두 공동대표와 한 인터뷰를 다음 기사에서 공개한다. 대주주가 있는 지역 언론사에서 일하며 느낀 한계, ‘미디어 날’의 구체적 계획 등을 다룬다.

취재 박채린(rin@newswher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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