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죽을래 과장’…무죄로 끝난 월성원전 수사, 언론의 기록

[편집자주] 2026년 10월 2일, 검찰청이 78년 만에 사라졌다. 제도와 조직은 바뀌었지만, 부당한 검찰권 행사를 검증하지 않은 언론의 잘못은 사라지지 않았다. 검찰청 폐지에 이른 데에는 검찰 스스로의 책임이 크지만,  수사에 정당성을 보탠 언론 책임도 그에 못지 않다. 윤석열과 윤석열 검찰은 무대에서 내려왔지만, 그들이 띄운 ‘정치 수사’의 실체가 재판에서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언론은 이 사건을 어떻게 보도했을까. 뉴스어디는 윤석열 검찰·정부 관련 사건 보도 문제를 7편에 걸쳐 살펴본다.

‘마피아’라 부르던 신문, 무죄엔 침묵했다

2024년 5월 9일 대법원은 월성원전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해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전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의 무죄를 확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삭제된 파일은 담당 공무원이 최종본 작성 전 생성한 임시파일인데다 중요 문서는 문서관리 시스템에 등록된 것으로 보인다며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감사 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오히려 감사원의 디지털 포렌식이 감사원법에 따라 적법하게 실시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2021년 7월 “정치 참여 계기는 월성원전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수사를 본격화한 2020년 10~11월, 조선일보는 수사를 이끈 대전지검장을 “이준 열사 후손”이라고 소개했고, 중앙일보 온라인판은 “尹의 남자”라는 제목까지 달았다. 자료를 삭제한 공무원들을 “마피아처럼 움직인 공무원들”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혐의가 확정된 듯 보도한 조선·중앙·동아는 공무원 3명이 2심과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을 때 이를 다룬 지면 기사를 한 건도 싣지 않았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고 넉 달 뒤인 2021년 7월 5일 서울대에서 탈원전 정책 비판에 앞장서 온 주한규 교수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총장직을 그만둔 것은 월성원전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TV)

뉴스어디는 월성원전 사건을 ① 감사원 감사 의결· 검찰 수사 착수 ② 산업부 공무원 구속영장 청구·백운규 전 장관 등 기소  ③ 공무원 1심 유죄 ④ 2심 무죄 확정 등 네 국면으로 나눴다. 그리고 각 국면의 주요 사건 다음 날부터 7일간 6개 종합일간지의 지면 보도를 분석했다.

감사 결과 나오기도 전 “조기폐쇄 부당”… 조선일보, 나흘간 사설 5편

‘월성 1호기 조기폐쇄’는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상징이었다. 2019년 9월 경제성 평가가 낮게 이뤄졌다는 의혹을 두고 국회가 감사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감사 결과가 나온 뒤 국민의힘 고발에 따라 대전지검이 수사에 나섰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대전지검을 방문한 지 일주일 만인 11월 5일 산업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사건은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과의 ‘추·윤 갈등’ 한가운데로 들어갔고, 월성원전을 둘러싼 여야 갈등도 첨예해졌다.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와 검찰 압수수색 직후 두 기간(각 7일)의 지면 기사 가운데, 월성원전을 부수적으로만 언급한 기사를 빼고 감사·수사를 직접 다룬 기사를 셌다. 조선일보가 35건으로 가장 많았고 동아일보 27건, 한국일보 20건, 중앙일보 17건, 한겨레 16건, 경향신문 11건이었다. 공무원 구속영장 청구부터 백운규 전 장관 등 기소까지 세 기간(각 7일)을 합쳐도 조선 14건, 동아 13건, 경향 12건, 한국 10건, 중앙 7건, 한겨레 6건으로 조선일보가 가장 많았다.

발표 전 결론부터


감사 결과 발표(2020년 10월 20일 오후 2시)를 앞둔 20일 아침, 조선일보는 1면 우측 상단기사 <“월성원전 조기폐쇄는 부당” 감사원, 13개월 만에 최종 결론>에서 감사원이 “원전 폐쇄 과정이 부적절했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썼다. 같은 날 사설 <[사설] 월성 1호 감사 마침내 의결, 탈원전 국가 自害 끝나야>는 “아직 감사 결과가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감사였다면 한수원의 2018년 6월 월성 1호 조기 폐쇄는 부당했다는 판단이 내려졌을 것”이라고 했다.

2020년 10월 20일 자 조선일보 1면. 감사원의 월성 1호기 감사 결과를 「”월성원전 조기폐쇄는 부당” 감사원, 13개월 만에 최종 결론」이라는 제목으로 오른쪽 상단에 실었다.

그러나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서 “이번 감사 결과를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내린 결론은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되었다”는 것이다.

같은 날 아침 감사 결과를 1면에 다룬 다른 신문은 가동중단 타당성과 경제성 판단을 분명히 구분했다. 중앙일보는 <감사원 “월성 1호기 폐쇄 경제성 평가에 문제 있었다” 결론>에서 “폐쇄 결정이 타당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고 썼고, 동아일보도 <감사원 ‘월성 1호기 경제성 저평가’ 결론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여부엔 결론 유보>로 전했다.

감사원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보고서(2020.10.20. 공개) 4쪽. 감사원은 감사가 경제성 분야 위주로 이뤄졌다며 “이번 감사 결과를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나흘간 사설 내리 5편


조선일보는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 연속, 모두 5편의 사설을 실었다. 같은 기간 동아·한국·한겨레는 2편, 중앙·경향은 1편이었다.

조선일보가 2020년 10월 20~23일 지면에 실은 월성 1호기 관련 사설 5편의 제목. 위에서부터 10월 20일(A39면), 21일(A35면, 2편), 22일(A35면), 23일(A35면)

1면 기사는 감사보고서가 조기폐쇄의 부당성까지 결론 낸 것처럼 부풀렸다면, 사설은 감사 단계의 자료 삭제를 “도둑질”, “독재 정권 시절에도 보기 힘들던 일”로 불렀다. 감사 결과를 넘어 범죄로 확정하고 비난하는 데 집중했다. 자료 삭제를 두고는 “공무원들이 자료 삭제, 왜곡 등 ‘감사 방해’를 대담하게 벌인 것도 청와대가 뒤에 있다고 믿었기 때문”(10/20), “문재인 대통령이 뒤에 있다고 믿지 않고선 도저히 벌일 수 없는 범죄 행위”(10/22)라며 배후에 문재인 대통령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기사 <원전 감사 전날밤, 자료 444개 삭제…마피아처럼 움직인 공무원들>(10월 21일)은 “엘리트 공무원들이 감사 방해를 위해 범죄 집단처럼 움직인 것”이라고도 했다. 감사원이 징계를 요구한 건 삭제를 지시한 국장급 1명과 삭제한 서기관 1명이었고, 그 수위는 ‘경징계 이상’이었다. 조선일보가 ‘도둑질’, ‘범죄’로 부른 자료 삭제 혐의의 공무원 3명은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감사 결과 선택적 인용


<[사설] 미흡한 감사 결과, 정권의 집요한 방해가 또 진실 가로막았다>(2020년 10월 21일)는 “월성 1호기 재가동 첫해인 2015년 이용률은 95.8%”였는데, “이를 갑자기 60%로 낮춘 다음에 경제성이 없다고 하는 것은 원전 폐쇄를 먼저 결정하고 나중에 숫자를 꿰맞춘 것”이라고 주장하며 감사 결과를 문제 삼았다. 이용률이 높을수록 이익 즉 경제성은 높아진다.

그러나 감사원 보고서에 실린 한수원 자료를 보면, 월성 1호기 이용률은 2015년 95.8%에서 2016년 53.3%, 2017년 40.6%까지 떨어졌다. 최근 5년간(운영하지 않은 2013, 2014년 제외) 평균은 60.4%다. 감사원은 이용률이 떨어진 데 경주 지진으로 인한 월성 1호기 수동 정지, 후쿠시마 사고 등으로 강화된 안전 규제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2011~2017년 실적 가운데 가장 높은 2015년 수치만 들어 60%를 ‘꿰맞춘 숫자’라고 주장한 것이다.

출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보고서(2020.10.)

‘뚝심’ 감사원장에서 ‘尹의 남자’ 검사장까지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최재형 당시 감사원장의 “뚝심”을 부각하는 기사도 냈다. 조선일보 <최재형의 뚝심>(2020년 10월 20일)은 “최 원장은 여당 의원들과 친문(親文) 세력에게서 집중 공격을 받았고, ‘제2의 윤석열’이라는 별명도 얻었다”고 했고, 중앙일보 <여당 압박 속 385일 레이스엔 코드감사 거부한 최재형 뚝심>(2020년 10월 21일)은 “야권 일각에선 최 원장을 잠재적 대선 주자로도 거론한다. 이번 감사 결과로 ‘제2의 윤석열’ 이미지를 얻은 데다 그를 둘러싼 미담도 많다”고 했다. 최 원장은 이후 감사원장직을 중도에 그만두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언론이 ‘뚝심’의 결과로 띄운 감사는 이후 법원과 감사원 스스로가 문제를 제기했다. 법원은 공무원들의 감사 방해 혐의를 판단하며 감사원 디지털 포렌식이 적법하게 실시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했다. 감사원도 2025년 12월 3일 월성원전 감사를 포함한 7개 감사를 재점검한 운영쇄신 TF 결과를 발표하며 사과했다. 김인회 당시 감사원장 권한대행은 “특히 월성원전 감사로 오랜 수사와 재판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산업통상부 직원들”에게 “더욱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2020년 11월 5일 대전지검의 압수수색으로 수사가 본격화되자 조명은 수사팀으로 옮겨갔다. 중앙일보는 <이성윤이 10개월 미적댄 원전수사, 尹의 남자 이두봉 나섰다>(2020년 11월 6일)에서 “이번 수사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이상현 부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했다.

중앙일보(2020.11.6.)·조선일보(2020.11.7.) 기사의 네이버 뉴스 온라인판 갈무리. 지면 제목은 각각 「이성윤 미적댔던 ‘원전 조작’ 수사 이두봉이 나섰다」(1면), 「원전수사 지휘 이두봉 대전지검장, 尹 취임후 대검 과학수사부장 지내」(A2면)였다.

조선일보는 <원전수사 대전지검장, 이준 열사 후손인 특수통>(2020년 11월 7일)에서  “이두봉 검사장이 이 정도 압수수색할 정도면 증거가 확실하다는 것”, “원칙주의적인 성격 때문에 절대 무리하게 수사를 벌이지 않는 깔끔한 스타일”이라는 말을 전했다. 출처는 “검사들”, “한 법조계 인사”로 익명의 취재원이다. “대한제국 평리원 검사였던 이준 열사의 후손”라고도 했다. 사흘 뒤 조선일보는 <판결문 같은 7000쪽 감사원 原電자료 검사도 감탄>(2020년 11월 10일)에서  “검찰 주변”, “한 원로변호사”를 출처로 한 보도를 냈다.

‘정치 감사·수사’ 의혹 검증 않고, 출처 없는 말 옮겼다

2020년 12월 2일 검찰이 산업부 공무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선일보는 지면에서 이들을 별칭으로 불렀다. 구속영장 심사 당일인 12월 4일 <죽을래 과장, 신내림 서기관… 오늘 구속 결정>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온라인판에서는 영장 청구 이튿날 <양재천 과장, 죽을래 과장, 신내림 서기관… 산업부 공무원 셋 기소>로 같은 별칭을 되풀이했다. ‘죽을래 과장’은 백운규 전 장관이 실무 과정에서 “너 죽을래”라고 했다는 익명의 정부 관계자 전언에서, ‘신내림 서기관’은 감사원 조사 때 서기관이 했다는 진술 전언에서 나온 말이다. 별칭이 붙은 세 사람은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2020년 12월 4일 자 조선일보 5면. 산업부 공무원 3명의 구속영장 심사 당일, 이들을 ‘죽을래 과장’, ‘신내림 서기관’으로 부른 제목을 달았다. 세 사람은 2024년 5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수사를 지휘한 검사장에 대한 평가도, ‘죽을래 과장’이라는 별칭도 누가 한 말인지 알 수 없는 전언에서 나왔다. 이런 보도는 예외가 아니었다. 뉴스어디가 AI의 도움을 받아 감사·수사·재판을 직접 다룬 지면 기사 202건의 인용 주체를 분류했다.

그 결과 조선일보는 50건 가운데 64%(32건)에 익명 취재원이나 ‘알려졌다’, ‘전해졌다’ 같은 출처 없는 정보, 주체를 밝히지 않은 인용을 포함했다. 6개 신문 가운데 가장 높았고, 가장 낮은 한겨레의 1.5배였다. 한 기사에 이런 출처가 여러 번 나와도 1건으로 셌다.

또 다른 예로 조선일보 <판결문 같은 7000쪽 감사원 原電자료 검사도 감탄>(2020년 11월 10일)은 감사원이 검찰에 보낸 ‘수사참고자료’에 대한 검찰과 법조계의 반응을 전했다. 감사와 수사 정당성을 높여주는 기사다. 그런데 이 평가를 받치는 출처는 “검찰 주변”, “한 원로 변호사”, “검사장 출신 변호사”, “영장전담판사를 지낸 한 부장판사”로 모두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인사다.


감사와 수사를 견제한 기사가 얼마나 있었는지도 따져봤다. 이번 감사, 수사와 전혀 무관하게 월성을 언급한 기사를 제외한 기사 300건 가운데, 감사·수사 정보의 한계를 짚거나 반론·기록을 대조하거나 수사를 정치적 명분으로 쓰는 것을 비판한 ‘수사·감사 견제 기사’는 조선·중앙·동아에서 한 건도 없었다. 한겨레가 38%(15건)로 가장 높았고 경향신문(17%), 한국일보(8%)가 뒤를 이었다.

2023년 1월 공무원 3명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을 때는 6개 신문이 모두 이를 지면에 실었다. 그러나 2024년 2심과 대법원에서 무죄가 나오자, 감사와 수사 기간 가장 많은 보도를 내고 수사를 지휘한 검사장이 누구의 후손인지까지 소개했던 조선일보를 비롯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무죄 판결을 지면에서 한 건도 다루지 않았다.

월성원전은 윤석열 전 총장의 정치 참여 명분이 됐고, 그는 대통령이 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겨냥한 수사를 이어갔다. 다음 편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 달여 만에 착수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수사와 감사를 다룬다.

취재: 박채린 (rin@newswhere.org)
카피 에디터: 조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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