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구조는 톱으로…이란 초등생 사망은?

지난 4월 3일, 이란 상공에서 미군 F-15E 전투기가 격추됐다. 조종사 1명은 바로 구조됐고 다른 승무원 1명은 약 이틀 동안 실종 상태였다가 구출됐다.

실종과 구출 소식이 이어진 4일과 5일, 지상파·종편 7개 방송사 저녁 종합뉴스는 모두 이 소식을 첫 번째 리포트로 다뤘다. 종합일간지 6개사도 일제히 크게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면 톱 기사에 <36시간 사투… 美 또 한명의 ‘라이언 일병’ 구하다>라는 제목을 붙였다. ‘쓰러진 전우를 버리지 않는다’는 미 육군·공군 복무신조를 세 차례나 반복했다. MBN은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상 가장 대담한 작전’이라는 발언을 제목에 썼다.

조선일보가 1면에 게재한 미군 구출 보도 (4/6)

지난 2월 28일, 같은 전쟁에서 이란의 한 여자 초등학교가 폭격을 받아 이란 당국 발표 기준 최소 175명이 숨졌다. 사망자 대부분은 어린이였다. 

한 명의 미군 조종사 구조는 크게 보도됐다. 그렇다면 175명의 사망은 얼마나 기록됐을까. 

뉴스어디는 앞선 보도 <이란 전쟁 보도…‘누가 이겼나’가 ‘누가 죽었나’보다 10배 많아>에서 한국 주요 언론사의 전쟁 발발 직후 일주일간 보도를 분석한 결과, 민간인 피해 보도 비중이 2%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는 민간인 피해 가운데 전쟁 첫날 발생한 대규모 희생 사건인 이란 초등학교 폭격을 한국 언론이 얼마나,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봤다.

2026년 3월 3일, 이란 미나브에서 열린 합동 장례식에서 한 시민이 초등학교 폭격 희생자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날 장례식에는 수천 명이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사진: Hamid Vakil/Anadolu Images

지상파·종편 7개사(KBS·MBC·SBS·JTBC·TV조선·채널A·MBN) 저녁 종합뉴스와 종합일간지 6개사(조선·중앙·동아·한겨레·경향·한국) 지면을 대상으로 했고, 칼럼은 제외했다. 기간은 2월 28일부터 3월 31일까지다. 폭격 사건을 내용만 짧게 언급하거나 다른 사안과 함께 다뤄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는 제외했다. 

중앙일보 ‘0건’

지난 3월 31일, 중앙일보 독자위원회에서 이런 지적이 나왔다. 

“미군이 초등학교를 오폭한 사건 등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더 비중 있게 다뤄졌어야 하는 사안이었다. 전쟁은 결국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이 따르는 일이라는 점을 늘 염두에 두고 보도에 임했으면 한다.”

– 중앙일보, 2026.3.31. 

뉴스어디가 같은 기간 중앙일보 지면을 분석한 결과, 이란 초등학교 폭격을 주된 주제로 다룬 기사와 사설은 한 건도 없었다. 독자위원회의 표현을 빌리자면, ‘비중 있게’ 다뤄지기는커녕 제대로 다뤄진 적조차 없었다. 중앙일보 지면에서 이 사건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3월 2일과 3월 4일, 피해 현장과 사망 초등학생 무덤 사진 두 건이 거의 유일했다.

분석 기간 동안 이란 초등학교 폭격을 주된 주제로 다룬 보도는 저녁 종합뉴스 27건, 신문 18건으로 총 45건이었다.

방송사 가운데 KBS와 TV조선이 각각 1건으로 가장 적었다.

TV조선은 <미사일 떨어진 이란 초등학교 165명 사망…”맨손 구조” 사상자 속출>(3월 2일)이 유일한 보도였다. KBS가 이번 폭격을 주요하게 다룬 첫 보도는 <“초등학교 폭파에 토마호크 미사일”…트럼프 “이란도 쓸 수 있어”>로 사건 발생 10일 후인 3월 10일에 나왔다. TV조선보다도 8일 늦었다.

그 외 방송은 JTBC가 7건으로 가장 많았고, SBS 6건, MBN 5건, MBC 4건, 채널A 3건 순이었다.

신문에서는 한겨레가 8건(사설 2건 포함)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일보 4건, 경향·조선·동아가 각각 2건이었다.

한겨레는 <사설/ 이란 초등학교 피격 100여명 사망, 반인도적 범죄 당장 멈춰야>, <사설/ 근거도 없이 초등학교 175명 폭사가 “이란 소행”이라는 트럼프> 등 두 건의 사설을 실었다. 이번 폭격을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미군 연관성을 부인하는 트럼프 발언을 비판했다.

보도를 몇 번째 순서에 혹은 몇 면에 배치했는지를 보면 격차가 더 뚜렷하다. 

일반적으로 보도 가치를 높게 평가할수록 리포트를 앞쪽에 배치한다. 방송 리포트 평균 배치 순서는 MBC가 4.0번째로 가장 앞에 배치해 이번 폭격을 비교적 주요 사건으로 다뤘다. 이어 SBS 6.0번째, KBS 7.0번째, JTBC 7.9번째, MBN 8.8번째, 채널A 9.7번째 순이었다. 보도 건수가 3건에 불과한 채널A는 평균 배치 순서도 9.7번째로 가장 뒤였다.

예를 들어, 이란 초등학교 폭격에 사용된 무기가 미국산 토마호크라는 정황이 제기된 보도를 보면 차이가 더 뚜렷하다. SBS는 이 소식을 3월 9일 첫 번째 리포트로, 3월 10일에는 7번째 리포트로 보도했다. 반면 JTBC는 같은 소식을 3월 10일 13번째 리포트로 배치했다.

SBS는 이란 초등학교 폭격에 사용된 무기가 미국산 토마호크라는 정황이 담긴 보도를 3월 9일 첫 번째 리포트로 다뤘다(왼쪽). JTBC는 같은 내용을 3월 10일 13번째 리포트로 배치했다(오른쪽).

신문에서 이번 폭격 사건을 주요하게 다룬 기사를 1면에 배치한 경우는 한국일보 1건이 유일했다. 한겨레는 8건 모두 3~6면에 실었고, 조선일보는 5면·16면, 동아일보는 2면·8면이었다. 중앙일보는 이 사건을 주요 기사로 다루지 않았다. 

3월 12일 자 한국일보 1면. 유일하게 이번 폭격 사건을 주요하게 다룬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트럼프 “이란 소행” 발언, 얼마나 검증했나

2월 28일 폭격 발생 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 공격은 이란이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군 책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언론 보도와 미군 조사 결과로 제기되자, “누구든 (토마호크를) 사용할 수 있다”는 등 미군이 아닌 제3자 소행으로 몰아가는 듯한 주장을 했다가 이후 “잘 모르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란 초등학교 폭격 참사 직후 로이터, CNN,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벨링캣 등 외신이 검증에 나섰다. 영상 분석과 위성사진, 미군 조사관 인터뷰 등을 통해 트럼프 발언과 다른 정황이 드러났고, 미군 책임 가능성도 제기됐다. 독립언론 프로퍼블리카는 별도 분석에서 표적 설정 과정에서 민간인 보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부 한국 언론사는 이러한 검증 내용을 보도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미군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온 미군 예비조사를 다룬 매체는 방송 3개사(SBS·JTBC·MBN), 신문 5개사(조선·동아·한겨레·경향·한국)에 그쳤다. 예비조사는 미군 자체 조사에서 책임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이란 소행’ 주장과 배치되는 중요한 근거였다. 방송 4개사(KBS·MBC·채널A·TV조선)와 중앙일보는 예비조사 결과를 저녁 종합뉴스와 지면에서 다루지 않았다. 

기록되지 않은 죽음은 없는 죽음

4월 4일과 5일, 미군 조종사 구출 소식은 13개 언론사 모두가 주요하게 다뤘다. 반면 한 달 동안 175명이 숨진 이란 초등학교 폭격을 보도한 건수는 언론사별로 최소 0건에서 최대 8건에 그쳤다.

조선일보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표현한 미군 구조 작전은 모든 방송사에서 톱 뉴스로 보도했다. 반면 전쟁 첫날 발생한 대규모 민간인 희생 사건인 이란 초등학교 폭격은 일부 언론에서 제한적으로 다뤘다.

언론이 충분히 기록하고 보도하지 않는다면 이란 초등학생들의 죽음은 쉽게 잊힐 수 있다. 무엇이 기억되고 무엇이 잊히는지는 언론이 무엇을 기록했는지와 무관하지 않다. 누구의 책임을 묻고, 누구의 책임을 묻지 않는지도 마찬가지다.


취재: 박채린 (rin@newswhere.org)
카피 에디터: 조연우



※ 함께 보기
뉴스어디가 작성한 이번 기사와 관련해 언론인 좌담회에 참여했습니다.
해당 좌담회 내용은 두니아(Dunia)가 정리한 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좌담회 정리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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