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일보 17년 연재 만평가 계약 해지⋯“만평도 입틀막?”

  • 인천·경기 지역 신문 기호일보, 김홍기 만평가에게 “2월부터 만평 중단” 15일 전 통보
  • “사장이 정치색 문제 삼아”, “과정 옳지 않았다”⋯기자들 사장 설득 위해 찬반투표까지
  • 김 만평가 “다른 자리 찾을 때까지 3개월만 더 그리겠다”, 사측 “3개월 치 돈 줄 테니 만평은 그만”
  • 시민편집위원회, 정치색 문제 삼은 적 없어  “만평, 기호일보에서 유일하게 권력 눈치 안 봐”


인천·경기 지역 신문 기호일보가 17년간 자사에 시사 만평을 그려온 만평가를 ‘정치색’을 이유로 계약 종료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사자인 김홍기 화백은 지난 2월 뉴스어디와 통화에서 “지면 개편이 있을 예정이니 1월 말까지만 (연재)해 달라는 (기호일보 측의)연락”을 1월 16일에 받았다고 했다. “어떤 징조도 없었기 때문에 갑작스럽다”라고 덧붙였다. 복수의 기호일보 구성원은 한창원 사장 등 경영진이 ‘정치색이 치우쳐 있다’는 이유로 만평을 싣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경영적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17년 연재했는데 갑자기 “그만 그려라”, 김 화백 “징조 전혀 없었다” 

김 화백은 계약 중단을 통보받고 기호일보 한창원 사장에게 전화해 “정치 만평은 안 그릴 테니 3개월만 (더 그리게)해 달라”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는 15일 만에 일자리를 옮기기가 힘들고 예전에도 ‘톤 다운’ 좀 하라는 요구를 받으며 17년간 만평을 그려왔기 때문에 그런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톤 다운’은 정치 이슈는 다루지 않고 지역 뉴스나 사회 문제를 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한 사장은 긍정적으로 답했다는 게 김 만평가 주장이지만 계약은 연장되지 않았다. 3개월 치 월급을 지급하는 대신 만평은 그릴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김 화백은 “총선을 앞두고 묘한 시점에서 만평도 ‘입틀막’하는 거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김 화백은 계약 종료를 통보받고 남은 기간 11컷의 만평을 더 그렸다. 이 11컷의 그림과 통보 이전 만평을 비교하면 ‘톤 다운’의 의미를 가늠할 수 있다. 만평이 중단된다는 소식을 접한 다음 날인 1월 17일 한국과 바레인의 축구 경기 판정을 소재로 삼았다. 이외에 아프리카돼지열병(1/23), 저상버스 도입률(1/18) 등을 다뤘다. 11건 중 8건이 지역 사건∙사고나 현안, 1건이 스포츠, 2건이 정치(철새 정치인, 정책 재활용)다. 

김 화백은 만평 계약을 중단한다는 소식을 접한 다음 날인 1월 17일 한국과 바레인의 축구 경기 판정을 소재로 삼았다. 이외에도 아프리카 돼지열병(1/23) 등 비정치 이슈를 다뤘다. (출처: 기호일보)
김 화백은 만평 계약을 중단한다는 소식을 접한 다음 날인 1월 17일 한국과 바레인의 축구 경기 판정을 소재로 삼았다. 이외에도 아프리카 돼지열병(1/23) 등 비정치 이슈를 다뤘다. (출처: 기호일보)
김 화백은 만평 계약을 중단한다는 소식을 접한 다음 날인 1월 17일 한국과 바레인의 축구 경기 판정을 소재로 삼았다. 이외에도 아프리카 돼지열병(1/23) 등 비정치 이슈를 다뤘다. (출처: 기호일보)


기호만평, ‘톤 다운’ 전엔 정부⋅여당⋅김건희⋅핵 오염수 등 소재로 삼아

만평 게재 중단 통보 전 한 달여 기간의 만평을 살펴본 결과, 정부와 여당 등이 주요 소재였다.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1심 재판부(1/15), 이재명 살인미수 수사와 그외 수사 비교(1/12), 국방부의 독도 분쟁 지역 표기(1/3), 핵 오염수에 따른 정어리떼 폐사 의혹(23/12/27),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태원참사 특별법・대장동 50억클럽 특검법(23/12/26) 등을 주제로 그렸다. 사측이 원한 ‘톤 다운’이 정치적으로 예민한 이슈를 피하라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뉴스어디는 지난 3월 7일 사측에 계약 중단 사유를 물었다. 기호일보 공성택 상무는 “외부에서 받아다가 지면을 할애해 준 거고 이제 뺀 것”이라며 “지극히 경영적인 부분인데 그게 왜 궁금하냐”라고 반문했다. 재차 사유를 물으니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리겠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이튿날 “한창원 사장 등 경영진이 만평의 정치색을 문제 삼아 게재 중단을 결정한 게 맞는지, 외부 압력이 있던 건 아닌지” 등을 문자와 전화로 물었으나 사측 입장을 들을 수는 없었다.

뉴스어디가 기호일보 공성택 상무에게 정치색을 문제 삼아 만평을 중단한 게 맞는지 등을 문자와 전화로 재차 물었으나 사측 입장은 들을 수 없었다.
뉴스어디가 기호일보 공성택 상무에게 정치색을 문제 삼아 만평을 중단한 게 맞는지 등을 문자와 전화로 재차 물었으나 사측 입장은 들을 수 없었다.


“사장이 정치색 문제 삼아” 기호일보 기자들, 사측 설득하려 찬반 투표도

기호일보 내부 구성원들은 사측이 만평의 ‘정치색’을 문제 삼았다고 주장했다. 만평가의 정치색을 문제 삼아 사실상 해고하는 것은 언론 독립성 침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ㄱ 기자는 한창원 사장이 전 직원이 참석하는 월례회의에서 “그거에 대해 사장으로서 충분히 주의를 줬는데 화백이 그러지 않았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했다. “그거”가 무엇이냐 묻자 “정치 색깔이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 있다, 너무 강하다 그런 부분”이라 대답했다고 ㄱ 기자는 전했다. ㄴ 기자도 “정치색이 심하다는 회사 경영진 판단에 따라 김홍기 화백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게 맞다”라고 했다.

폐지 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ㄷ 기자는 “(정치색 문제는) 사장님하고 얘기해서 조율이 가능한데 하루아침에 존폐를 결정한다는 게 너무 당황스럽다”라고 했다. 기호일보 기자협회 주관으로 만평 존치 여부 투표도 했다. ㄷ 기자는 “기자들 의견을 수렴해 회사에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투표를 진행했고, “정확한 숫자는 기억나지 않지만 유지하자는 쪽이 좀 많았다”라고 했다. ㄱ 기자도 “만평을 없애지 말자는 측이 조금 더 많던 걸로 파악”했지만 “투표 결과 무시하고 경영진 판단하에 없앴다”라고 했다. 

만평 게재 중단에 항의하는 칼럼이 게재되기도 했다. <중립>(2월 1일)은 “만평(풍자만화)은 정치·경제·사회 같은 우리 일상 속 어려운 문제들 가운데 작가가 비중 있다 판단한 부분을 해학적으로 풀어내 독자에게 웃음 또는 냉소를 전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본다. 즉, 작가가 가진 표현의 자유 영역에 가까우며, 이를 중립이라는 잣대로 재단하려는 일은 사상 검열에 가깝다고 느낀다”라고 적었다.

시민편집위원회 “만평, 기호일보에서 유일하다시피 권력 눈치 안 봐”

시민편집위원회도 만평 중단에 아쉬움을 표명했다. 기호일보에 게재한 시민편집위원회 회의 내용을 보면 “만평이 인터넷 캡처 자료로 많이 활용되는 만큼 기호일보 사명과 로고를 잘 보이게 하면 신문사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황민구 위원), “기호일보에서 유일하다시피 권력 눈치 안 보고 소신을 표현하는 만평이 재밌고 웃음을 짓게 만든다”(김은영 위원) 등의 기록이 있다. 

3차 시민편집회의 소식을 보도한 (2월 1일)에는 “만평이 1월을 끝으로 폐지된 점에 아쉬움을 표하며 언론이 만평처럼 기사로라도 해야 할 말은 하기를 기대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출처: 기호일보)
3차 시민편집회의 소식을 보도한 <“지역 현안~시민 삶 아우르며 할 말 하는 기호일보 기대”>(2월 1일)에는 “만평이 1월을 끝으로 폐지된 점에 아쉬움을 표하며 언론이 만평처럼 기사로라도 해야 할 말은 하기를 기대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출처: 기호일보)


3차 시민편집회의 소식을 보도한 <“지역 현안~시민 삶 아우르며 할 말 하는 기호일보 기대”>(2월 1일)에는 “만평이 1월을 끝으로 폐지된 점에 아쉬움을 표하며 언론이 만평처럼 기사로라도 해야 할 말은 하기를 기대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해당 시민편집위원회에 참석한 인사는 뉴스어디와의 통화에서 위원회 회의에서 위와 같은 평가가 실제로 언급된 게 맞고, 정치적 편향성 문제는 제기된 적 없다고 했다. 

김 화백은 2007년 6월 1일부터 2024년 1월 31일까지 총 4,143개 만평으로 기호일보 독자를 만났다. 김 화백은 지금도 기호일보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기호일보를 방문하는 손님에게 선물로 제공하는 캐리커처를 그려왔는데, 이 일은 계속 맡는다.   

2월 1일 기호일보는 1면 하단에 ‘오늘부터 기호일보 만평 문 닫습니다. 그동안 열독해 준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라는 한 줄로 게재 중단을 알렸다. 

김 화백의 마지막 만평에는 독자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오늘은 만평이 없네요….”, “기호만평을 중단한 겁니까? 만평이 올라오지 않은 지 꽤 됐습니다. 만평을 보고 싶습니다”, “기호만평 왜 안 올라옴?? 지금 나라가 막장을 달리고 있어서 기호만평 기대하며 들어오고 있는데” 등 만평을 기다린다는 내용이다. 김 만평가가 게재 중단 요청을 받은 뒤 그린 만평을 두고 “어디까지나 제 주관이고 기호일보의 사정도 있겠지만…날카롭고 재기 넘치는 촌철이 그립습니다”라는 댓글도 있다.

취재 박채린(rin@newswhere.org)

1 Comment
가온2가온에게
2 years ago

퍼갑니다~
꾸벅~

gaon2gao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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