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심위 노조 “방심위 특위 위원이 류희림 사퇴 촉구 시위 방해”
- 방심위 자문기구 A 위원, ‘공정언론국민연대’ 이사 출신, 홈페이지엔 ‘B대학 겸임교수’ 한 줄만
- 공언련과 유사 단체 출신이 방심위 5개 특위 1~2명씩 포진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의 ‘청부 민원’ 진상규명과 류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 현장에 찾아와 소리를 지르며 시위를 방해한 인물이 있다.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3개월째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방심위 노조는 이 사람이 같은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와서 화를 내고 고성을 질렀다며 성명을 내고 그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단순 해프닝에 불과할 수도 있는 이 일이 방심위 노조의 주목을 끈 것은 이 사람이 방심위 자문기구인 ‘권익보호특별위원회’ 위원 A씨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위원회는 의결권은 없으나 자문 등을 통해 방심위 의결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위원은 뉴스어디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동네 사람이라 세 번인가 가서 안전 문제 등을 얘기한 것밖에 없고 상대 고성에 대응해 고성을 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특위 위원이 시위 방해”…“동네 주민이라 안전 우려 했을 뿐”
A 씨가 눈길을 끈 이유는 특위 위원이라는 것 말고 더 있다. 보수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이사 출신이라는 점이다. 공언련은 최근 무리한 선거방송 심의로 논란을 빚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와 인적 고리로 연결돼 있다. 공언련 이사장인 권재홍 씨가 현재 선방위 부위원장이고, 공언련 공동대표를 지낸 최철호 씨가 선방위 위원이다.
뉴스어디는 공언련에 A 위원이 지금도 이사인지 물었다. 공언련은 A 위원이 “전직 (이사)도 아니다” 라고 했다가 2022년 창립대회 자료집 이사 명단에 A 씨 이름이 있다고 하자 “잘못 기록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에 다시 말을 바꿔 “활동을 하지 않아 해촉된 상태”라고 했다.
1인 시위를 방해한 A 위원 행태에 방심위 노조의 항의 성명이 나오자 공언련도 다음 날인 4월 23일 성명을 내고 “A(공언련 성명 원문에는 A 위원 성 표기) 위원이 학생들의 안전이 우려되니 (시위)위치를 바꿔달라고 요청한 것이 전부”라고 했다. A 위원은 2010년 ‘좌파 영화인 청산’ 등 논란을 일으킨 ‘문화미래포럼’ 사무처장으로도 활동했다.
방심위는 홈페이지에 특위 위원의 이력을 공개한다. A 위원은 ‘現 B대 겸임교수’라고만 적혀있다. 다른 위원도 전직 또는 현직 이력 하나만 공개돼 있다. 뉴스어디는 A 위원처럼 공언련이나 이와 비슷한 활동을 하는 단체에 이름을 올렸으나 방심위 홈페이지에는 해당 이력이 나와있지 않은 사람이 더 없는지 확인해 봤다.
취재 결과 공언련과 이와 비슷한 단체 출신 인사가 방심위 산하 5개 특위와 선방위 등에 한 명 이상씩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특정 보수언론단체 출신이 방송통신과 선거보도를 심의, 제재하는 방심위와 선방위에 다수 속해있는 것이다. 방심위 특위 위원은 지난해 10월 위촉됐다. 대통령과 여당 추천 방심위 상임위원 2인으로 구성한 상임위원회가 공모로 들어온 특위 위원 후보를 추린 뒤 방심위 위원에게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거쳤다. 당시 일부 방심위 위원이 특위 후보들에 대한 정보 부족, 편향성 등을 이유로 항의한 바 있다.

방심위 특위는 5개 분과(방송자문, 광고자문, 방송언어, 통신자문, 권익보호)가 있고, 각 특위는 위원장 포함 위원 9인으로 구성한다. 특위 위원의 이력 등을 확인한 결과, 5개 분과 중 3개 분과(광고자문특위: 2명, 통신자문특위: 1명, 권익보호특위: 1명)에 공언련 전⋅현직 임원 4명이 위원장 또는 위원으로 포진해 있었다. 그외 미디어연대 1명(방송언어특위), 공영언론미래비전100년위원회 1명(방송언어특위), 자유언론국민연합 1명(방송자문특위) 이다.
‘공언련’ 등 보수언론단체 출신 인사, 방심위 5개 특위에 평균 1.4명

이들 단체는 전・현직 주요 임원이 여럿 겹친다. 가장 많은 단체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공언련 상임고문으로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비례정당 국민의미래 소속으로 당선된 김장겸 전 MBC 사장이다. 김 당선인은 공영언론미래비전100년위원회(공영언론100년위), 미디어미래비전포럼(미래비전포럼)에서 각각 공동대표를 맡았다. 공언련 상임고문이던 김인규 전 KBS 사장, 구종상 동서대 교수는 각각 미래비전포럼 상임위원, 상임대표이고 공언련 발기인 금동수 전 KBS 부사장은 공동대표다. 공언련 오정환 전 공동대표, 강명일 운영위원은 공영언론100년위 공동대표단에 있었다.
박인환⋅이준용 자유언론국민연합(자언련) 공동대표도 각각 공영언론100년위 공동상임대표, 공동대표단에 이름을 올렸고, 신창섭 자언련 전 집행위원(현 서울문화재단 이사), 미디어연대 박한명 전 정책위원장도 집행위원이었다. 이들 단체는 ‘가짜뉴스’ 척결을 내세워 언론노조, 진보 성향 언론단체 등을 비판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학도호국단⋅국정원 댓글 보도 불방 지시⋅블랙리스트 옹호 인사 등 포함
뉴스어디는 공언련 전⋅현직 임원 중 ‘국민의힘 TF’ 등 여당인 국민의힘과 겹치는 활동을 한 인사 6명을 확인했다. 김장겸 공언련 상임고문(1기), 하종대 공언련 이사(1기)는 각각 국민의힘 비례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제22대 국회의원에 출마했고, 김 상임고문은 당선됐다. 김 상임고문이 국민의힘 언론 관련 TF 활동을 한 시기는 공언련 활동과 겹친다.
공언련 발기인에 이름을 올린 이진숙 전 대전 문화방송 사장은 윤석열 캠프, 김병근 전 KNN 사장은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부산 선대위에서 활동했다. 최철호 공언련 전 공동대표는 국민의힘 추천으로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았고, 제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이 됐다.
공언련은 출범 당시 “기존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이 ‘방송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거창한 목표를 걸고 출범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요 인물이 정당 공천을 받고 정계에 진출하면서 순수성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정작 2022년 6월 공언련 창립대회를 찾은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에서 “여기 계신 여러분 덕택에 대선도 이길 수 있었고, 이번 지방선거도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 역시 국민의힘과 밀접하게 연결된 것이다.
방심위 5개 특위에 들어간 공언련과 연관 단체 인물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공언련 발기인인 지연옥 현 대진대 대외협력부총장이 방심위 광고자문특위 위원장이다. 이홍렬 공언련 운영위원 겸 공정언론감시단장도 같은 위원회 위원이다.
미디어오늘 <김인규, 기대 저버린 임원인사>(2009년 11월 27일) 등에 따르면, 지연옥 광고자문특위 위원장은 5공 때 대학교 학도호국단 간부로 있다가 KBS에 특채로 입사한 인물이다. 학도호국단은 군사정권 당시 반공 교육을 위해 창설된 학생 조직으로, KBS는 학도호국단을 포함해 안기부, 군 출신 등을 88올림픽 방송 제작요원 명목으로 대거 채용했다.
이홍렬 위원은 YTN 출신으로, 2013년 보도국장 재직 당시 국정원이 SNS 댓글로 정치에 개입했다는 보도를 막았다. 이 내용은 YTN 과거청산기구인 ‘YTN 바로세우기 및 미래발전위원회’가 공개했다.

통신자문특별위원회에는 공언련 발기인 장옥님 전 KBS 라디오센터장이 위원으로 있다. 장 위원은 2010년 이른바 ‘김미화 블랙리스트’ 파문 당시 사측을 옹호해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권익보호특별위원회에는 공언련 이사, 상임운영위원 등을 지낸 A 위원이 포함돼 있다. A 위원은 2022년 10월에는 광고자문특위 위원으로 위촉됐다. A 위원은 뉴라이트단체로 분류되는 ‘문화미래포럼’ 사무처장 출신이다. 문화미래포럼은 ‘좌파 영화인 청산’ 등의 내용을 담은 문서를 작성해 2008년 국회에 제출했고, 이 문서 내용이 실제 시행된 정황이 2010년에 드러나 논란이 됐다. 지난 4월 22일 방심위 노조는 그가 류희림 퇴진 촉구 1인 시위를 방해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방송언어특위에는 박우귀 전 방심위 방송심의2국장이 위원으로 있다. 박 위원은 류희림 방심위원장과 함께 ‘미디어연대’ 공동대표를 지냈다. 박 위원은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를 심의, 징계해달라고 방심위에 최초로 민원을 낸 사람으로 보인다. 이 민원을 시작으로 류희림 방심위 위원장의 지인, 가족 등이 낸 ‘청부 민원’이 잇따랐다. 뉴스타파는 민원 최초 접수자를 ‘방통위 국장을 지낸 박 모 미디어연대 대표’라고 보도했다. 또 다른 방송언어특위 위원인 유애리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는 ‘공영언론100년위’ 집행위원으로 2022년까지 활동한 이력이 언론 보도 등에 남아있다.

방심위 방송자문특별위원회 소속 신창섭 현 서울문화재단 이사는 ‘자유언론국민연합’ 집행위원으로 활동했다. 신 위원은 2022년 10월에도 같은 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바 있다.

“특위 위원 정보 두 줄에 불과, 정보 부족하고 편향적이라 동의 못 해”
특위에 특정 단체 출신 인사가 쏠린 배경은 무엇일까. 한 방심위 위원은 특위 위원으로 추천된 인물의 정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별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제2조 2항에 따르면, 방심위 특별위원회 위원은 방심위원장이 방심위원의 동의를 얻어 위촉한다.
김유진 방심위 위원은 “특위로 추천된 분들에 대한 정보가 사실상 두 줄 정도”였다며 “정보 부족으로 이 (특위)안을 동의할 수 없고, (개인적으로 찾아보니) 보수단체 관련 인사가 너무 많아 편향적이어서 동의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류희림 위원장 등 여권 추천 위원의 수적 우세 탓에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
방심위 특별위원회는 지난해 9월 13일 공모 과정을 거쳤고, 이후 상임위원회가 명단을 추려 전체 회의에 올렸다. 명단을 추리는 일은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추천 인사인 류희림 위원장, 황성욱 상임위원 2인으로만 구성한 상임위원회에서 이뤄졌다. 두 위원은 지난해 10월 20일 위촉됐다.
방심위 위원 임명 미루는 윤 대통령…‘쏠림 특위’ 배경
윤석열 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으로 방심위 방송언어특위 위원장이 됐다가 총선 출마로 사퇴한 최지우 전 위원장은 행정관 출신 사실도 표기되지 않았다고 한다. 방심위 홈페이지에 공개한 ‘전/현직’란에 단체 소속 이력을 표기한 경우는 이홍렬 광고자문특별위원회 위원(현 공언련 운영위원 겸 공정언론감시단장)이 유일하다. 후보자 이력이 부실한 이유를 두고 방심위 관계자는 “(이력은) 지원하시는 분이 자율적으로 기재를 하시는 것”이라고 했다. 류희림 위원장 등 상임위원에게 제공된 특위 후보자 정보와 위원들이 본 후보자 정보가 같으냐는 질문에 “개인정보가 포함된 비공개 사안이라 당장은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쏠림 특위’의 근본 원인은 대통령과 여당 추천 위원만으로 구성된 상임위원회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광복 전 방심위 부위원장, 정민영 전 방심위 위원의 후임 임명을 미루고 있어 여당 추천 인사의 압도적 우위가 지난해 9월부터 계속되고 있다. 정부여당 편향적 방심위 운영이 고착하는 구조다.
방심위 올해 업무계획에 ‘특위 활용’ 언급, 인터넷 매체 심의 확대 우려
방심위 관계자는 “특별위원회는 (의결권 없는)명예직”이라면서도 특정 단체 사람이 다수 포함된 데 “이례적인 거라고 알고 있다”라고 했다. 김유진 방심위 위원은 “섣불리 (특위가 의결에 영향을 미친다고)이야기하기는 그렇고 (선거 이후) 눈치를 계속 볼 거” 라면서 “특위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특위에서도 이렇게 했다는 식으로 명분을 삼을지도 모르겠다” 라고 했다.

방심위는 지난 3월 공개한 ‘2024년도 위원회 업무운영계획’에 특별자문위원회를 언급했다. ‘통신심의규정 재정비 방안 검토’ 과정에서 ‘통신자문특별위원회’ 등을 활용하겠다는 내용이다. ‘통신심의 대상 정보의 구체화 등’의 내용도 있는데, 이를 두고 방송 매체에 한정된 심의 대상을 인터넷 매체까지 확대하기 위한 계획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방심위는 지난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를 근거 없이 제재하려다 논란을 일으켰다.
뉴스어디는 <방심위⋅선방위에 얽히고설킨 보수단체 ‘공언련’ 인맥> 기사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노조의 1인 시위 방해 의혹을 받는 방심위 권익보호특별위원회 A 위원의 실명,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대학과 학과명을 기재한 바 있습니다. 개인 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됐다는 A 위원 요청을 일부 받아들여, A 위원 실명을 ‘A’, 재직 중인 대학명을 ‘B 대학교’로 2024년 7월 16일 오후 8시에 수정하였습니다.
취재: 박채린(rin@newswhere.org)
시각화 및 디자인: 박채린, 강미라(mirashiaokang@gmail.com)
공들여 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