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등 일부 방송사가 통일교 주최 포럼 행사 등을 자사 채널을 통해 연속 방송하면서 편당 최대 1억 원에 이르는 송출료를 받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뉴스어디는 최근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통일교와의 유착 관계, 방송사들의 통일교 행사 중계 방송 경위 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업계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
TV조선 등이 중계한 통일교 행사에는 지난 20대 대선 직전인 2022년 2월 13일 윤석열 후보와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의 회동이 이뤄진 계기가 된 ‘한반도 평화를 위한 WORLD SUMMIT 2022’(이하 평화서밋)도 포함된다. 당시 통일교는 펜스를 이 행사에 연사로 초청하면서 약 7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뉴스타파가 보도한 바 있다. 뉴스어디 취재 결과 TV조선 등은 ‘평화서밋’과 그 전후로 열린 통일교 행사 관련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보냈다.

지난 7월 18일 한겨레는 2022년 2월 13일 이뤄진 윤석열-펜스 면담에 당내 우려가 있었다는 국민의힘 캠프 관계자 발언을 보도했다. 통일교 주도로 이뤄졌기 때문에 제기된 우려인데 당시 ‘윤핵관’인 권성동 의원이 “통일교 표가 300만이나 된다”며 면담을 성사시켰다는 주장이다. 중앙일보는 권성동 의원이 통일교로부터 1억원 대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권 의원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2022년 2월 통일교 ‘평화서밋’이 열린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의 윤석열-펜스 회동 관련 보도는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 결집에 상당히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일교 ‘평화서밋’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펜스는 ‘강한 한미동맹이 북한을 비핵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은 당시 펜스와 면담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미동맹 강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8월 13일 김건희특검은 김건희를 구속했다. 통일교 평화서밋, 즉 윤석열과 펜스가 만나고 두 달가량 지난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김건희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6천만 원 대 그라프 목걸이, 2천만 원 안팎의 샤넬 가방 2개를 받고, 통일교 청탁을 받은 것으로 특검은 의심하고 있다.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해당 뇌물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윤영호 당시 통일교 세계본부장도 지난 7월 30일 구속됐다.
20대 대선 전후한 통일교 행사, TV조선・MBCNET 중계
20대 대선을 전후해 이처럼 통일교와 윤석열-김건희 권력의 유착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에 TV조선 등 일부 방송사는 ‘평화서밋’ 등 통일교 행사를 중계하느라 바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행사 방송 송출료는 편당 최대 “1억 원이 넘는” 수준이다.
방송사가 중계한 통일교 행사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총 5차례 열린 ‘THINK TANK 2022’ 시리즈와 2022년 2월에 열린 ‘평화서밋’이다. ‘THINK TANK 2022’는 한국과 해외 각 1,011명의 전문가를 내세운 지식연대체라는 콘셉트로 열렸다. 2022년 2월 11월부터 13일까지 열린 ‘평화서밋’은 제4회 THINK TANK 2022 포럼과 통일교의 다른 주요 행사가 결합한 일종의 종합판으로 진행됐다.TV조선은 2021년 10월 31일부터 2022년 10월 22일까지 ’평화서밋’과 ‘THINK TANK 2022 포럼’ 녹화를 편집해 총 6차례 방영했다. ‘THINK TANK 2022 포럼’은 가평 청심평화월드센터(1~3회), 효정문화원(4회), HJ글로벌아트센터(5회)에서 열렸고, 본행사인 평화서밋은 서울 잠실 시그니엘 호텔에서 진행됐다. 방송은 편당 약 1시간 분량이며, 현재도 TV조선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이 통일교 행사 방송은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특별 연설(THINK TANK 2022 포럼 5회) 등을 포함해 “북한의 새로운 호전성, 우크라이나 국경의 러시아 탱크, 대만 해협으로 날아드는 중국 전투기 앞에서 굴하지 않기를 바란다”(펜스 부통령, THINK TANK 2022 포럼 2회)처럼 보수적 안보 노선에 맞는 발언, 윤영호 당시 통일교 세계부총장이 “3월 9일 대선에서의 주요 이슈 중 하나가 바로 국방안보”라고 한 발언 등을 그대로 내보냈다.

지역MBC가 공동출자해 만든 케이블 채널인 MBCNET도 통일교 주최 행사를 방송했다. MBCNET은 2월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에 걸쳐 ‘한반도 평화서밋’을 생중계했고, 연계 시리즈인 ‘THINK TANK 2022 포럼’도 1회부터 3회까지 세 차례 방송했다. 17개 지역MBC 노조는 “버젓이 공영방송 MBC의 로고를 달고 논란이 일 것이 뻔한 통일교 포럼 행사를 구성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송출”한다고 비판했고, MBCNET 노조도 “MBCNET의 사명을 인식하고 그에 걸맞는 방송을 할 수 있게 통일교 생방송 진행을 중단하라”고 항의했다.

“편당 1억 원 조금 넘는 걸로 안다”…TV조선 “알려드릴 수 없다”
뉴스어디는 TV조선 측에 송출료 관련 질의를 했다. TV조선의 광고 사업을 담당하는 조선미디어랩 측은 “알려드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디어랩 측은 뉴스어디와의 초반 통화에서는 “협찬단가까지 파악해서 연락드리겠다”라고 했다가 이후 “워낙 이전에 진행됐던 방송이고 지금 담당이 다 바뀌면서 이후에는 편성 예정이 없는 거여서 자세한 얘기를 알려드릴 수 있는 게 없다”라고 했다. 메일로 공식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은 없었다.

MBCNET의 생중계 등 송출료는 편당 약 3천만 원이다. 계약 내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커버리지나 모든 부분에서 TV조선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라며 “TV조선과 비교하면 한 30%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TV조선이 매년 그렇게 방송을 했기 때문에, (행사를) 방송하는 거에 대해서는 무리가 없다는 부분을 (반대하는 구성원에게) 계속 설득한 것 같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통일교, 방송사 기자들 관리했다 이야기 들어”
통일교는 인지도 있는 채널에 자신들의 행사 중계 방송을 내보내기 위해 공을 들여온 걸로 보인다. MBCNET 노조 측은 뉴스어디와의 통화에서 통일교 행사를 방송하게 된 배경에 대해 “예전에 임원분들에 의해서 (통일교와) 연이 계속 이어져온 것 같은데 당시 사장님도 기자 하셨을 때 조금 아시던 분이 계셨다”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일교에서 대외협력실 형태로 해서 각 방송사 기자분들을 관리했다는 얘기도 들었고, 관련해서 해외에 행사라든지 그런 거를 좀 초대했던 걸로 안다”라고 말했다.
통일교의 ‘평화서밋’과 윤석열-펜스 만남은 뉴스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윤석열과 펜스 만남을 최초 보도한 TV조선은 <[단독] 윤석열, 펜스 전 美부통령 면담 예정…”쇼 아닌 비핵화 원칙 공감”>(2022.2.11.)에서 ‘윤석열 캠프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대북 정책과 관련해 “펜스 전 부통령은 원칙적으로 행동했던 사람”이라며 “이런 원칙을 지키는 모습이 윤석열 후보와 맞닿아있는 부분”이라며 윤석열을 부각시켰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 때 ‘북한이 미국과 잘 지내면서 정상회담 등의 대화를 자주 하다 보면 비핵화도 이뤄지지 않겠냐’는 안일한 생각을 가진 관료들도 많았는데, 펜스 전 부통령은 원칙적으로 행동했던 사람”이라며 “이런 원칙을 지키는 모습이 윤석열 후보와 맞닿아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TV조선 <펜스 전 미국 부통령 “강한 한미동맹이 北비핵화 이끌 것”>(2022.2.11.)
같은날 TV조선의 저녁 종합뉴스 뉴스9는 <펜스 전 미국 부통령 “강한 한미동맹이 北비핵화 이끌 것”>(2022.2.11.)에서도 “윤석열 후보측 관계자”가 “북한과의 대화 쇼가 아닌 비핵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에 양측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한 발언을 보도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모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만남이 예정돼 있는데 대북정책은 물론 인도·태평양전략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윤석열 후보 측 관계자는 “북한과의 대화 쇼가 아닌 비핵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에 양측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TV조선 <펜스 전 미국 부통령 “강한 한미동맹이 北비핵화 이끌 것”>(2022.2.11.)

조선미디어그룹 내 다른 매체들도 통일교 행사를 소개했다. 월간조선 <국제적 연대를 통한 한반도 평화시스템 구축 방안 모색>(2021년 12월호)은 ‘THINK TANK 2022 포럼’을 특집으로 다루며, 통일교 한학자 총재 발언을 펜스·트럼프·아베 신조 등 해외 인사 발언과 함께 비중 있게 실었다.
주간조선 <트럼프, 한반도 평화 행사서 기조연설 나선다>(2021.09.10.)는 윤영호 당시 세계본부장 인터뷰를 통해 “2021년 문선명-김일성 회담 30주년을 기념하는 뜻”이라며 “나라의 대통령과 지자체장을 뽑는다면 제일 중요한 것이 한반도 통일이다. 통일에 대한 부분이 어젠다로 정책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그래서 지금이 제일 적기라고 봤다”라며 평화서밋 개최 취지를 상세히 전했다.
‘평화서밋’은 KBS·SBS·MBN·JTBC·연합뉴스TV·채널A 등도 보도했다. 행사 관련 보도를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유튜브에서 확인한 결과, KBS가 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한반도 평화회의, ‘평화통일 지지’ 선언>(2022.2.15.)에서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모습을 비중 있게 비췄지만, 통일교가 주최한 행사라고 언급하지는 않았다. 나머지 3건도 마찬가지였다.

KBS, “통일교 광고했지만 절차에 따른 것, 광고비 공개 불가”
KBS는 같은 해인 2022년 통일교 광고를 내보냈다. 광고 내용 및 비용을 공개해달라는 뉴스어디의 요청에 KBS 측은 “2022년에 통일교 관련 광고를 했으나 협찬비용 등은 공개할 수 없다”라며 해당 광고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를 통해 KBS에 청약된 것으로, 정해진 기준과 절차에 따라 송출되었다”고 말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광고정보센터 사이트를 통해 확인한 결과, 통일교 측이 2022년 등록한 방송 광고로 ‘누군가는 해야 합니다’가 나왔다. 이 광고는 ‘평화서밋’ 홍보와 함께 ‘아시아 태평양시대 평화 실현’, ‘DMZ 평화공원 도시 실현’ 문구로 구성돼 있다.
다른 언론사를 보면 채널A·MBN·SBS·TV조선·YTN가 각 2건, JTBC가 1건을 보도했다. MBC의 경우 윤석열-펜스 만남을 전한 기사는 있으나, 이를 주요 주제로 다루거나 ‘평화서밋’을 언급한 보도는 없었다.

취재: 박채린 (rin@newswhere.org)
카피 에디터: 조연우